봉황뉴스 -
광화문 해태상 복원 결정되다
청와대 봉황문양 제거가 중단된데 이어 오늘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광화문의 해태상도 복원되기로 했다고 한다. 어느 무식한 사람들이 해태상을 제거하려 했다가 필자를 비롯한 네티즌들의 거센 항거에 결국 항복하고 해태상을 복원하게 된 것이다. 아래는 필자의 해태상에 관한 비평글이며 그 아래에 광화문의 해태상을 다시 복원하기로 한 기사를 첨부했다. (해태상의 신화적 의미에 대한 따로글 곧 올릴 것임)
- 오두방정 문화비평 -
광화문 해태상은 문헌상으로도 화재 방어용
- 재앙 제어와 권선징악의 상징물로 유래된 광화문 해태상 복원되어야 -
* 숭례문 화마의 한 원인으로 회자되는 지금은 철거해놓은 광화문
해태상 한쪽. 허벅지 부분의 불꽃 형상은 화재를 제어하는 의미이다.
숭례문 화재에 대한 '봉황의 저주'가 확산되니 그 불똥이 광화문 해태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광화문, '해태' 없애서 화재 풍문 떠돈다는데"고 한 것은 오늘자 디지틀 조선일보에 올라 있는 연합뉴스발 기사 제목이다. 필자의 글 '봉황의 저주'(남대문 화재 봉황(南朱雀)의 저주)에 관한 여파가 인터넷에 확산되어 간 뒤에 일반 뉴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결과의 하나로 보여 해태상에 대한 견해를 올려두려 한다.
* 광화문 양쪽에 세워지는 해태상은 세계적인 문화 전통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래에 기사 전문을 첨부해두었지만, "광화문의 해태상을 치웠기 때문에 화재가 난다"는 내용을 다루면서 그 뉴스기사는 역사적인 문헌들을 인용하여 분석하면서 "해태는 화재와 일체 관계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필자가 이에 대하여 본격적인 반론을 제기하기 전에 먼저 봉황이나 해태 등의 전통 풍수나 도참사상에 대하여 너무 미신으로 보거나 과거 문화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전통문화에는 그 나름의 지혜가 그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전통 사회에서는 CCTV도 없었고 보안장치나 스프링클러도 없었기 때문에 오직 인력으로 방어를 해야 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기에 사회심리적으로 화기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는 것으로 풍수 또는 주술적인 내용이 과학적 현실 속에 포함시킨 것이라는 기본 의식을 가지고 우리의 문화유산의 있는 그대로를 보존해야 한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이러한 전통문화가 중국문헌을 들먹이면서 '중국문화'로 치부하는 자세야말로 사대주의의 하나이다. 중국의 사서들이나 관련 문헌들을 보면 그들 자신들도 '동이족의 문화'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용봉사상도 마찬가지로 동이족이 그 기원을 가지고 있는 것을 중국학자들이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봉황은 용보다 더욱 상위권에 있었으며 보다 더 동이족 문화에 두고 있다.
* 금천교(錦川橋)의 해태상. 1411년(태종 11년)에 창덕궁을 지을 때의 다리로 광화문의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은 벽사 기능을 하는 서수가 해태이다.
*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해태상.
* 경기도 시흥대로에서 서울 경내로 들어오는 입구의 환영 해태상. 시카고 다운타운에는 미시간 호수로부터
들어오는 시카고 관문 양쪽에 인디안 기마상 조각을 배치하고 있는 것과도 맥이 통한다.
* 국방부 신청사 앞 연병장의 해태상
.
그렇다면 해태는 어떤 문헌적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그 기능은 본래 무엇이었는가 살펴보자. 해태는 한자로 해치(개사슴록변에 풀解자, 치자는 풀치자)였다. 중국학자 王大有의 <龍鳳文化源流>에 의하면 해치는 궁궐의 전우(殿宇)의 하나로 소개되고 있으며 재앙을 막는 존재로 기록하고 있다. 전우란 팔작지붕 처마로 튀어나온 갓변 지붕의 경사진 용마루 위에 올리는 아홉가지 조각상으로 우리 말로는 흔히 어처구니라고 하는 것이다.
* 신라 때 창건된 보경사 적광전 앞 해태상은 특이하게 목조로 되어 있다.
보통 아홉 가지인 龍, 鳳, 사자, 천마, 해마, 산예, 押魚, 해치, 斗牛로서 이들 전우는 일반적으로 각개별 이름도 없이 모두 합쳐 잡상 또는 어처구니로 표현하고 있다. 이것들은 건축물의 등급에 따라 홀수로 1개에서 13개까지 동원되는데 그 기본은 이들 9개이다. 석탑들이 각은 짝수이고 층은 홀수인 것은 수직은 하늘이고 수평은 땅의 의미를 지니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짝수는 땅의 수이고 홀수는 하늘의 수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어처구니는 하나에서 열세개까지의 홀수를 사용하지만, 특히 아홉개가 주요 단위인 것은 비 구름을 몰고오는 용의 새끼가 아홉이라는 '구룡' 의식에서 아홉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말 '어처구니'가 맷돌 손잡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전우로서의 어처구니가 맷돌 손잡이 이름으로도 옮겨갔는지는 불분명하다. 이에 나의 대한 해석은 궁궐은 임금님이 거하는 처소이니 어처구니는 적어도 어처(御處)에 놓는 아홉가지라는 의미에서 '御處九尼'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니는 사타구니, 바구니 등의 '구니'가 사물의 접미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인간 중에도 약간 신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들어가면 '니'가 된다. '어머니'(엄지의 엄니에서 나왔다) 또는 '심마니'에서 보듯이 '니'는 사람이라는 뜻 특히 좀더 신비한 신적인 달인의 능력이 있는 존재의 명칭이였다는 것은 남자승인 비구에서 여자승은 비구니로 표현한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 때 '어처구니'는 임금의 처소인 궁궐에 놓는 아홉가지 존재로서 '御處九尼'로 표현했던 것이 나중에 한글로만 '어처구니'로 남아졌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어처구니의 하나인 해치를 모델로 광화문 앞에 세울 때 '해태'로 이름이 정착된듯 하다. 이러한 해태 즉 해치를 포함하는 어처구니들인 龍, 鳳, 사자, 천마, 해마, 산예, 押魚, 해치, 斗牛 모두 불을 끌 수 있는 짐승의 의미를 지닌다.
비를 몰고오는 龍을 비롯하여 불을 제어하는 鳳은 물론 해마, 押魚는 바다와 관련되고 산예(컴 한자가 없다) 또한 용의 아들이다. 어처구니의 제일 나중에 놓는 두우(斗牛) 또한 <신원식략(宸垣識略)>에 의하면 "서해내자(西海內子) 중에 두우(斗牛)는 음우(陰雨)를 만나면 구름 안개를 내뿜으며 길가에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불을 누르는 진물(鎭物'이다.
*어처구니. 국립고궁박물관
같은 책에서 설명하는 해치는 "뿔이 하나이며 성품이 충직하여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나쁜 사람을 가려 들이받고 논쟁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중에 바르지 못한 자를 깨물어버린다"고 기록하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해치의 형상을 설명하면서 '해치의 형상은 산예 같고 용의 하나이며 기린(麒麟)이라고도 부른다'라고 말하여 해치 역시 구름과 비를 몰고오는 용의 하나임을 알 수 있어 불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치는 비와 구름을 일으키는 '용의 하나'라는 것만으로도 불을 막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王大有의 <龍鳳文化源流>의 책에서 해치를 포함한 아홉 가지의 전우를 설명하면서 "이들 모두 재앙을 없애고 악을 제거하는 뜻을 가지고 있다"라고 못박고 있어 해치는 화마를 비롯한 재앙을 막는 아홉가지 전우의 하나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연합뉴스발 기사에서 결론을 내리고 있는 "해태가 화기를 막아준다는 통설이 광범위하게 유포된 까닭은 풍수학 혹은 민속학에 종사하는 전문연구자들이 그렇게 주장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부정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위에 필자가 설명한대로 해태는 불 하나만이 아니라 자연 재앙과 사람의 재앙을 함께 막는 존재였던 것이다.
1864년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이세욱이라는 뛰어난 석공을 시켜 해태가 경복궁 앞 재판을 담당한 건물 앞에 세워졌다가 나중에 광화문 앞으로 옮겨 더욱 큰 의미로 받아들여졌던 것이 해태이다. 그것은 단순한 옮김이 아니라 세계적인 큰 건축물 앞에 세워진 신수상을 의식한 것은 물론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건축물에 해태상이 세우졌기 때문이다.
* 경복궁 근정문 계단 해태상
해태는 아홉가지 어처구니 가운데서도 화마와 같은 재앙을 막는 것은 물론 권선징악을 다스리는 상징으로 해태가 알맞았기 때문에 해태를 선택하여 광화문의 양쪽 문지기로 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대문 앞에 해태를 양쪽으로 세운 것은 중국의 궁궐 앞에 세우는 사자개(Rui Shi 瑞獅), fu dog)나 일본의 궁궐 앞이나 신사 앞에서도 볼 수 있는 사자를 닮은 개인 '고마이누'에서도 볼 수 있다.
고마이누는 가라이누라고도 하는데 '가라'는 한반도를 칭하는 보통명사처럼 쓰여졌던 가라는 가야 가락 가라에서 유래한 한반도에 대한 의미로 사용된 말이다. 따라서 주요 건축물 앞에 한 쌍을 세우는 고마이누는 우리나라에서 옛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문화유산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사자개(영어로는 fu dogs 중국말로는 獅(Shi)로 발음)는 궁궐과 왕릉 및 조정의 관청 앞에 세워져 왔는데 오늘날은 중국인들은 호텔이나 큰 식당 앞에도 이 사자개를 세운다. 이 사자개는 한(漢)나라 시대(206 BC - 220 AD) 때 이래 전해져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제나 '기원설'에서 중국 기록에만 머무는 한계에 빠지기 쉽다.
티벳에서는 Snow Lion은 우리나라 사신도와 맥을 같이 하는 그들의 좌청룡, 우백호, 가루다(남주작의 봉이다)와 더불어 북현무에 해당하는 괴수로 궁궐 정문에 세우는 신수상이다. 미얀마의 'Chinthe'는 반은 사자이고 반은 용인 괴수로 궁궐이나 사찰 앞에 세워져 있어 역시 해태와 같은 맥락을 가진 문화이다. 이와같은 동아시아의 사찰이나 궁궐 앞의 괴수 한쌍을 세우는 문화는 인도의 탑파 대문에서도 볼 수 있다. 인도의 산치 사원 앞의 양 문루에 세워진 사자상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 티벳인들의 해태 Snow Lion *버마인들의 해태인 'Chinthe'
* 인도의 산치(Sanchi) 사원의 정문에 세워져 있는 사자상. 해태, 스핑크스와 같은 원류이다
이집트의 스핑크스는 물론 단테의 <신곡>에서도 언급된 그리이스 신화에서 나오는 무서운 개인 세르베루스(Cerberus)도 입구를 지키는 신수로서 같은 신화적 맥락이 있고 피라미드 앞의 스핑크스도 같은 배경이다. 이러한 세계의 문명 속에 맥을 같이 하는 '문지기' 괴수의 의미를 지니는 신화적 반열에 속한 것이 광화문 해태상이었다.
* 피라미드는 스핑크스와 함께 유기적인 문화유산으로 이해되어야 하듯이
광화문 앞 해태는 경복궁을 중심한 숭례문 등 팔대문 전체와 함께 하나의
유기적 문화유산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피라미드 앞에 설치된 스핑크스는 피라미드를 해치거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재앙을 막는 의미로 세워진 것이다. 스핑크스를 제거하면 피라미드가 온전한 피라미드가 아닌 것이다. 경복궁 앞의 해태도 단지 대원군 때 처음 만든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전통 문지기 문화의 하나로 세워진 역사적인 내용을 바탕하여 세운 것이다. 특히 목조로 된 궁궐 건축물은 화기가 가장 문제가 되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주게 하는 의미를 위하여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에게 무서운 괴수 문지기로 여러 어처구니들 가운데 특별히 해태를 선택하여 '재앙을 막고 권선징악의 상징적 존재'로 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엠블렘인 봉황을 제거하려는 이명박 정권의 결정은 숭례문 화재와 광화문 정부 중앙청사 화재를 가져와 사람들로 하여금 화기에 대한 전통 음양풍수 사상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해태상이나 봉황 문양 등을 너무 안이하게 제거하는 것은 미신에서가 아니라 전통문화에 대한 불손한 자세이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무례한 행태로 볼 수 밖에 없다. 목조 건축물 문화유산에 대한 봉황이나 해태 등의 전통 문화를 강조한 것은 조상들의 화마 등의 재난에 대한 경각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너무나 안일하게 개방된 숭례문이 다섯시간에 걸쳐 국민 앞에 생중계된 가운데 눈앞에서 소실되는 것을 우리는 보아야 했다. 아무리 과학적인 방재 시스템을 자랑한들 6백년간 지켜온 숭례문을 잃어버린데 대하여 오늘날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정신문화 시스템은 총체적인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전통 건축과 음양풍수의 유기적인 인식을 제거하는 행태는 비판받아야 한다. 국민의 의식 속에서 그 건축 유산에 대한 권위를 죽이는 것을 초래하고 결과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대하는 태도에 안일한 자세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숭례문이나 경복궁을 보존한다는 것은 그에 연관한 봉황과 해태를 포함하는 음양풍수사상도 함께 보존하는 정신에서야 만이 온전한 보존이 된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네티즌들의 논란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 화마의 재앙은 계속되고 있다고 사람들은 수군대는 것이며 끊임없이 뉴스기사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02/22/08 오두방정)
서울시가 `도심재창조 사업'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은 광화문에서 세종로사거리, 청계광장간 740m의 세종로 중앙에 폭 34m 규모의 광장을 만드는 것이다. 사진은 광화문광장 조감도. 서울시 제공[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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