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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산 김삿갓’은 현대판 김삿갓…
“전생에 진 빚 갚으러 나를 보냈을 것”
- ▲ 마대산 김삿갓이 모처럼 삿갓을 벗고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 “왜 스스로 김삿갓이 되려고 하셨나요?”
“내 운명을 내가 어찌 알겠소.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각본이 짜여 있는 것 같아요. 마대산에 입산 이후 김삿갓 무예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도 다 부질없는 짓이라 그만뒀어요. 전생에 내가 김삿갓에게 빚진 일이 있겠죠. 그래서 그 빚을 갚으러 나를 보낸 것 아니겠소.”
김삿갓 생가에 살고 있는 ‘마대산 김삿갓’ 최상락씨의 말이다. 최씨는 지금 영월군청 소속 문화해설사로 있으면서 항상 김삿갓 복장 그대로 다니고 있다. 동네 모든 사람이 그를 “김삿갓”이라고 부른다. 마대산 김삿갓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미 마대산 명물이 됐다.
“언제부터 김삿갓 생가터에 사시기 시작하셨나요?”
“4년쯤 됐소.”
“그 전에는 어디 사셨나요?”
“사는 데서 살았죠.”
“가족은 없으신가요? 혹시 김삿갓같이 처자식을 버리고 여기 계신 건 아닌가요?”
“하하~, 그런 질문 받을 때마다 참 난감하오. 그것도 내 운명 아니겠소.”
방랑시인같이 시적으로 답을 하려는 것인지, 개인사를 말하기 싫어서 그런지 추상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가파른 산길을 도포에 갓 쓰고 짚신 신고도 재빠르게 오르는 솜씨로 봐서는 예사롭지 않았다. 옛날 뭔가 한 가닥 한 것 같아 보였다.
“전에 운동을 하셨나요? 몸이 날렵하십니다.”
“옛날에 좀 했죠. 떠돌아다닐 때는 호신무예로 단련이 돼 있어야 합니다. 김삿갓의 죽장도 원래는 무기 대용으로 사용했어요. 떠돌이가 낯선 동네에 갈 때 그 동네사람들이 전부 경계를 하죠. 그리고 여차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그럴 때 죽장이 무기 대용으로 제격이죠.”
죽장이 무기 대용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마대산 김삿갓’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는 김삿갓에 대한 질문은 자신의 견해를 포함해서 해박하게 설명했다.
탐방가이드
영월 ‘김삿갓길’을 가기 위해선 영월군 김삿갓면으로 찾아가야 한다. 원래 하동면에서 지난해 10월 김삿갓면으로 아예 고쳤다. 아마 면 이름을 사람이름으로 바꾼 건 드문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 정도로 영월군에서 김삿갓길을 관광자원으로 특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김삿갓 생가터 방문객이 20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김삿갓길은 김삿갓문학관에서 김삿갓 묘지를 거쳐 김삿갓 생가터까지 2.4㎞가량 된다. 매년 김삿갓을 추모하며 걷기 행사를 벌이는 코스다. 가벼운 산책코스 정도의 거리다. 여기서 조금 더 걷는다면 고도 550m의 생가터에서 마대산으로 올라가는 ‘김삿갓 등산로’가 있다.
어둠골을 거쳐 정상(1,071m)~처녀봉~목아민속박물관 조성예정지~암자~신선골~김삿갓 묘역~김삿갓문학관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있다. 원점회귀하는 거리가 총 8.4㎞ 정도 된다. 김삿갓길도 걷고 등산도 즐기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코스다. 영월군에서 13회째 갖는 김삿갓 행사에 올해 두 번째로 김삿갓 등산로에서 전국 등산대회를 가졌다. 앞으로는 김삿갓길뿐만 아니라 김삿갓 등산로도 김삿갓의 흔적을 살려 시도 걸고 안내할 예정이라고 영월군청은 밝혔다.
- ▲ 영월엔 다른 지역보다 볼 만한 명소가 훨씬 많다. 한반도 지형을 빼닮은 선형마을엔 평일인데도 많은 방문객이 찾아 감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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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서울 기점)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서제천IC~영월 방면 38번 국도~영월읍내~고씨동굴~김삿갓문학관의 순서로 찾아가면 된다.
고속버스 :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오전 7시부터 하루 10여 차례 운행. 요금 어른 1만4,400원. 2시간 소요.
영월읍~김삿갓문학관 : 시내버스가 오전 6시25분, 8시30분, 11시, 오후 2시20분, 6시40분 하루 5차례 있다. 약 40분 소요되며, 들어온 버스가 10분 내외 정차했다가 바로 나간다. 요금은 2,700원.
영월시내에서 김삿갓문학관까지 가는 택시요금은 2만원 내외. 개인택시 문의 033-374-4189 또는 019-599-4189.
맛집(지역번호 033)
영월의 먹을거리는 송어회, 골뱅이전골, 칡국수, 곤드레밥, 꺼먹돼지 등으로 추천한다. 김삿갓문학관 주변은 식당으로 가득하다. 주차장 바로 옆 김삿갓해선식당(016-683-9209 또는374-9209)에서 닭요리부터 버섯요리까지 다양하게 낸다. 다슬기촌(372-8888)에서는 다슬기를 요리해 준다.
볼거리
단종 유배지 청령포, 동강 어라연, 한반도 닮은 선형마을 등 명소 즐비
- ▲ 지금은 폐광된 영월탄광을 강원도탄광문화촌으로 가꿔 많은 방문객들에게 과거의 향수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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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이 있는 영월엔 어느 지역보다 볼거리가 많다. 우선 ‘비운의 왕’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와 사약을 받고 승하한 관풍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시를 남겼던 자규루, 그리고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중 하나인 단종의 주검이 묻힌 장릉 등이 있다.
장릉 근처인 소나기재엔 자연이 그린 동양화 선돌이 있다. 선돌은 일명 신선암이라고도 하는데, 앞에 흐르는 푸른 서강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진 절경지다. 마치 큰 칼로 절벽을 쪼개 내리다 그친 듯한 형상을 이룬 입석이다.
4억년 신비의 고씨동굴은 길이 1,800m에 이르는 우리나라 대표적 석회동굴로, 1969년 천연기념물 제219호로 지정된 명소다. 동강의 많은 비경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어라연은 깊은 소를 이룬 강물 가운데에 3개의 바위 삼선암이 어울려 절경을 이루었다.
그외 신선이 놀았다는 요선암과 요선정, 한반도 지형을 그대로 빼닮은 선형마을, 영월의 풍미 금강공원, 별마로천문대, 당나귀 타는 원시마을 등 다른 지역에서 보고 즐길 수 없는 명소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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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박정원 부장대우 jungwon@chosun.com 사진 김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