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궁녀의 직위와 명칭
궁녀는 왕의 사생활이 영위되는 구중궁궐(九重宮闕) 깊숙한 곳에서 의식주(衣食住)에 사역(使役)되는 여성들이며, 공적인 제향(祭享).축의(祝儀) 등에도 관련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은 여인 집단이라 할 수 있다. 궁녀는 정5품 상궁(尙宮)직을 최고로 하여 최하 4, 5세의 어린 견습나인(아기나인)까지 있으며 각기 소속된 처소.직분.신분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다양한 궁녀의 명칭은 의식(儀式) 때 직무를 분장(分掌)할 때에 쓰이고 평상시에는 단지 '상궁''내인'의 두 종류로 크게 나뉜다.
가. 상궁
상궁은 직첩을 받으면 그날부터는 머리에 첩지(머리 가르마 가운데에 장식하는 것)를 달게 된다. 상궁이 되기 전은 항아(姮娥,嫦娥; 달 속에 있는 선녀)님이라 부르고 상궁이 되면 비로소 마마님이라 부르고 대접받는다. 상궁 첩지를 받으면 궁안에 방을 하나씩 주어 따로 세간을 내준다. 따로 밥짓고 빨래하는 하녀를 두고 살림을 하는데 이 일을 하는 사람을 각방서리라 한다.
▶ 제조(提調)상궁
제조상궁은 일명 큰방 상궁이라고 하여 수백 명의 궁녀 중 으뜸이 되는 상궁으로 권세와 권위가 대단하여 남자관리로 치면 영의정의 지위와 같다고 하겠다. 제조상궁은 단 한사람이며, 자격은 궁녀 중에 연조가 오래되고 위품이 있고 인격이 높아야 한다. 학식이 많고 수많은 궁녀를 통솔할 수 있는 영도력이 있어야 하고 인물도 출중하여야 한다. 제조상궁의 임무는 대전 어명을 받들고 내전의 대소 치산(治産)을 주관한다. 제조상궁에 대한 음식대접은 임금님의 수라상과 가짓수를 같게 하고 분량만 적게 한다. 그리고 큰방 상궁이 궁궐을 출입할 때는 세수간 나인과 비자(婢子)가 따라 다닌다.
▶ 부제조(副提調)상궁
부제조상궁은 제조상궁의 다음 자리로 일명 아랫고(阿里庫,下庫)상궁이라고도 하며 제조상궁이 세상을 떠나면 그 자리를 이어간다. 보석과 의식주에 걸친 왕의 귀중품은 물론 수라에 쓰이는 반상기용인 은기(銀器), 자기(磁器) 및 유기(鍮器)와 비단 등이 있는 아랫곳간의 물품들의 출납은 부제조 상궁의 담당이다.
▶ 대령(待令)상궁
대령상궁은 일명 지밀상궁이라고 한다. 항시 왕의 곁에서 어명(御命)을 받드는 자세로 대기하고 있다.
▶ 보모(保母)상궁
보모상궁은 왕자녀의 양육을 맡는 내인들 중의 총책임자이다. 동궁에 두 명, 그밖의 궁에는 한 명씩 있다. 왕자녀들은 어릴 때에 이들을 '아지(阿只)'라고 부른다.
▶ 시녀(侍女)상궁
시녀상궁은 궁중의 지밀에서 상시 봉사하면서 여러 가지 업무를 행한다. 서적 등을 관장하고 글을 낭독하고 글의 정사(淨寫)를 맡고, 대소잔치의 내연에 좌우 찬례(贊禮), 전도(前導), 승인(承引), 시위(侍衛) 등을 거행하고, 각 종실(宗室), 외척(外戚)들의 집에 내리는 하사품에 관한 업무를 관장, 규찰(糾察)하고 그릇과 기타를 다스리는 일 외에 대소 사우(祠宇; 따로 세운 사당집)를 총관하여 곡읍(哭泣; 소리내어 슬피움)도 하며, 왕비와 왕대비의 특사로 그 본댁(本宅;친정)에 어명을 받들고 나가기도 한다.
▶ 일반상궁
이상의 상궁들 외에 뚜렷이 직함이 붙지 않은 일반상궁들이 각 처소마다 7, 8명씩 있어서 그 아래의 내인들을 총괄하고 처소마다의 모든 업무를 책임지기도 한다. 상궁들은 존칭으로 '마마님'이라 부르는데 민가에서는 대가댁의 소실(小室)을 높이는 말이기도 하다.
나. 내인
내인은 관례를 치르고 성인이 된 궁녀를 이르는 말이다. 원칙으로는 소녀 때에 견습여관(女官)으로 들어와서 15년이 경과되어야 내인이 된다. 왕이 계신 대전(大殿) 외에도 왕대비(中殿), 대왕대비, 동궁 그 밖의 왕자, 공주의 궁과 그리고 후궁과 별궁에 소속된 여인들까지 속한다. 더욱이 왕의 사친(私親)의 사당(祠堂)을 지키는 이들까지 포함된다. 즉 왕과 왕비가 거처하는 궁전을 각전(各殿)이라 하고, 대군, 왕자, 공주, 옹주, 후궁, 신주를 모신 곳을 각궁(各宮)이라 하여 궁인(宮人)이라는 관리를 두고 있다. 왕족들이 사는 궁들은 각기 사유재산과 그밖에 국가에서 내리는 공물(供物)을 가지고 완전히 독립세대를 이루고 있으므로 그 궁에 소속된 내인들은 물론 그 궁에서 보수를 받는다. 내인(內人)은 대전(大殿), 내전(內殿)에 항시 사는 지밀(至密)내인과 침방(針房), 수방(繡房) 등에서 일하는 도청(都廳)내인, 안소주방(內燒廚房), 밖소주방(外燒廚房), 생과방(生果房), 세답방(洗踏房), 세수간(洗水間) 등에서 일하는 처소내인으로 크게 나뉜다.
▶ 지밀(至密)내인
'지밀'은 대궐에서 가장 지엄(至嚴)하고 중요한 곳으로 말 한마디 새어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왕내외가 거처하는 궁궐 중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침전(寢殿)을 말한다. 이들은 우선 왕과 왕비의 신변보호 및 기거(起居), 침(寢), 식(食), 의(衣)등 일체의 시중과 물품관리 및 내시부(內侍府), 내의원(內醫院), 내선사(內膳司) 들과 중요한 교섭을 담당한다.
▶ 소주방(燒廚房)내인
수라간(水剌間)은 소주방이라고도 하며 안소주방과 밖소주방으로 나뉜다. 안소주방(內燒廚房)내인은 왕, 왕비의 조석 수라상을 관장하며 주식에 따르는 각종 찬품을 맡아 한다. 밖소주방(外燒廚房)내인은 궐내의 대소 잔치는 물론 윗분의 탄일에 잔치상을 차리며 차례, 고사 등도 담당한다.
▶ 생과방(生果房)내인
후식에 속하는 것, 즉 생과(生果), 숙실과(熟實果), 조과(造菓), 차(茶), 화채(花菜), 죽(粥) 등을 만든다. 조석 수라상은 소주방내인을 도와서 거행하며 잔치음식의 다과(茶菓)류는 이 곳에서 관장한다.
▶ 퇴선간(退膳間)내인
지밀에 부속되어 있는 중간 부엌인 퇴선간에서 수라를 지으며 안소주방에서 운반한 음식을 다시 데워서 수라상에 올리고 수라상 물림을 한다.
다. 그 밖의 궁중에서 일하는 여인들
▶ 무수리(水賜伊)
각 처소에서 물긷기, 불때기 등 험한 잡역을 맡아하는 여인이라 대개 기혼자로 아침저녁 출퇴근한다. 앞에 패(牌)를 달고 다니는데 이 패는 조석의 대궐 통근과 각 별궁간 심부름 다닐 때 아무때나 드나들 수 있는 신분증과 같은 것이다.
▶ 의녀(醫女)
여의(女醫)라고도 하며 여러 읍의 비(婢) 중에서 뽑아들여 간단한 진맥이나 침술법을 가르치는 여인들로 출산때 조산부 노릇까지 하였고 궁중잔치에 춤을 추는 기생 역할도 하여서 일명 약방(藥房)기생이라 불리웠고 여죄인을 잡아가는 등의 여순경 역할도 했었다.
▶ 비자(婢子)
붙박이로 각 처소나 상궁의 살림집에 소속된 하녀를 말한다.
▶ 각심이(손님방아이, 방자;房子)
나인들 살림집의 가정부 격인 여인들이다.
(1) 궁중의 주방
궐내에서 왕, 왕비, 대왕대비, 세자는 각각 대전, 중궁전(왕비전), 대비전, 세자궁의 전각에서 각각 기거하신다. 일상의 식사는 각전에 딸린 주방에서 담당이 정해진 벼슬아치나 차비들이 만들어 올렸다. 왕과 왕비의 침전에서는 수라를 드신다. 왕과 왕비의 수라를 만드는 곳을 수라간(水剌間) 또는 소주방(燒廚房)이라고 하며, 침전과는 별채에 배치하고 있다. 창덕궁의 수라간은 침전인 대조전(大造殿)과는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었다. 수라상을 올릴 때는 배선실에 해당하는 퇴선간에서 상을 차리고 물린 상을 정리한다. 생과방(生果房)에서 후식을 만들어 올린다. 그밖에 주원숙설소(廚院熟設所)에서는 궁중의 연회 때에 임시로 가가(假家)를 지어서 설치한 주방을 주원숙설소, 또는 내숙설소(內熟說所)라고 하였다. 그리고 임시로 설치한 주방을 행주방(行廚房)이라 하였다.
(2) 궁중의 조리인
조선시대 후기 궁중에서는 평상시의 수라상에 올리는 음식을 조리하는 일은 주로 내인인 주방상궁들이 만들었으며, 궁중의 잔치인 진연이나 진찬 때는 대령숙수라고 하는 남자조리사들이 만들었다.
가. 주방상궁(廚房尙宮)
주방상궁은 대개 40세가 지나서 되는데 이미 이 때는 조리경험이 30년 이상이나 되는 전문조리인이다. 상궁은 궁녀 중 정5품으로 최고직이고 최하는 4,5세의 어린 견습내인까지 있다. 주방내인은 대개 10세 이상부터 시작한다. 주방내인들은 처소내인에 속하며 평상시는 왕과 왕비의 조석 수라상을 준비한다. 궁녀 중 장식(掌食), 장찬(掌饌), 전선(典膳), 상식(尙食) 등이 음식에 관련된 직종을 맡는 이들이다. 조선시대의 마지막으로 주방상궁은 한희순(韓熙順,1889∼1972)상궁으로 197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의 제1대 기능보유자로 지정받았다.
나. 내시(內侍)
『경국대전』이조에 속하는 내시부는 궐내 음식물의 감독, 왕명의 전달, 궐문의 수직(守直), 소제의 임무를 맡는다. 음식관련 업무를 맡는 내시는 상선(尙膳), 상온(尙 ), 상차(尙茶)가 있다. 음식을 직접 만드는 일보다는 전체를 주관하고 대접하는 일을 주로 맡는다. 특히 상선은 종2품 벼슬로 식사에 관한 일을 맡으며 정원이 두 명이고, 상온은 정3품 벼슬로 술에 관한 일을 맡으며 정원은 한 명이며, 상차는 정3품으로 차에 관한 일을 맡으며 정원은 한 명이다.
다. 대령숙수(待令熟手)
대령숙수는 조선조에 이조에 속해있는 남자 전문조리사이다. 궁중의 잔치인 진연이나 진찬 때는 대령숙수들이 음식을 만든다. 솜씨가 좋은 숙수들은 대부분 대를 이어가며 궁에 머물렀고 왕의 총애도 많이 받았다. 한말에 나라가 망하게 되니 궁중의 숙수들이 시중의 요정(料亭)으로 빠져나가서 일을 하게 되니 자연히 궁중의 연회 음식이 일반에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라.차비(差備)
『경국대전』형조(刑曹)에 궐내각차비(闕內各差備)에 관한 규정이 있다. 차비(差備)란 각 궁사(宮司)의 최하위 고용인으로 이들이 궁중식 마련의 실무를 맡는다. 궁궐 내의 문소전.대전.왕비전.세자궁의 네 곳으로 나누어 각 전의 정원이 정해져있다. 음식관련 업무자 중 반감(飯監).별사옹(別司饔).상배색은 상위 직급에 속한다. 반감은 어선과 진상을 맡아보는 벼슬아치이고, 별사옹(別司饔)은 음식물을 만드는 구슬아치, 상배색(床排色)은 음식상을 차리는 구슬아치이다.
마.기타 조리인
주자(廚子)는 지방관아의 소주(廚房)에 딸린 음식을 만드는 자를 이른다. 반비(飯婢)는 밥짓는 일을 맡아하던 여자 종을 말한다. 찬모(饌母)라고도 한다. 도척(刀尺)은 지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이른다.
한말이 궁중의 생활에 대하여는 김명길 상궁이 지은 『낙선재 주변』과 이용숙의 『조선조 궁중 풍속연구』가 좋은 자료가 된다.
▶ 수라상의 기미(氣味)
왕이 수라를 드시기 직전 옆에 시좌하고 있던 큰방 상궁이 먼저 음식 맛을 본다. 이것을 '기미를 본다'고 한다. 이는 맛의 검식이라기보다 독(毒)의 유무를 검사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었으나 의례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큰방 상궁이 조그만 그릇에 찬품을 골고루 조금씩 덜어서 어전에서 자신이 먼저 먹어 보고 그밖의 근시(近侍) 나인들과 애기나인들에게도 나누어준다. 왕의 어전에서 무엄한 것 같지 않느냐는 물음에 의례 관습화된 것이라 피차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고 말하였었다고 한다. 기미용으로 수라상 위에는 왕의 수저 이외에 여벌로는 혹은 상아로 된 저(箸;공저라 함)한 벌과 조그만 그릇이 놓여져 나왔다. 이 공저는 음식을 덜 때만 쓰는 것이지 먹을 때는 물론 손으로 먹는다고 하며 기미를 본 후에 큰방 상궁은 이 저로 왕이 드시기 편하도록 생선 같은 것은 뼈를 발라 앞으로 놓아 드렸다고 한다. 음식은 소주방에서 만들어졌는데 이 곳은 왕과 왕비의 아침저녁의 수라을 짓는 곳이다. 수라상이 들어오면 중간 지위 쯤 되는 상궁이 상아젓가락으로 은공접시에 모든 음식을 고루 담고 우선 기미를 보는데 수라와 탕 만은 기미를 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기미를 본다'는 것은 독이 들어있는지의 유무를 살피는 일종의 검식(檢食)과정으로 거의 의례적인 절차였다. 기미를 보는 것은 녹용이나 인삼과 같은 귀한 탕제를 올릴 때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상궁들에게는 인기있는 직책이었다. 궁에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은 생각시들은 꿈도 못 꾸는 일이었다.
▶ 고종이 드시던 냉면
고종은 면을 특히 좋아하고 맵거나 짠 것을 못 진어(進御)하는 까닭에 고종이 즐긴 냉면의 꾸미는 가운데에 십(十)자로 편육을 얹고 나머지 빈 곳에는 배와 잣을 덮은 것이었다. 배는 칼로 썰지않고 수저로 얇게 저며 얹었는데 '꾸미'에 편육과 배, 잣 뿐이었다. 국물은 육수가 아니고 시원한 동치미 말국으로 배를 많이 넣어 담근 것이라 무척 달고 시원했다 한다. 배는 칼로 썰지 않고 수저로 얇게 저며 그릇에 담았다고 삼축당(三祝堂)이 전한다.
▶ 상추쌈과 계지차
조선조 말기 한희순 상궁이 전해준 궁중의 상추쌈은 참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궁중 상추쌈의 찬은 고기와 생선, 그리고 된장, 고추장, 참기름 등 다양한 재료가 쓰인다. 된장찌개인 절미된장조치와 고추장찌개인 병어감정은 쌈을 싸서 먹기 좋게 되직하게 끓인다. 마른 찬으로 보리새우을 볶고, 쇠고기를 가늘게 채썰어 윤기나게 조린 장똑똑이 자반과 고추장에 다진 고기를 넣어 볶은 약고추장을 준비한다. 쌈을 싸 먹을 때는 보통은 상추잎의 안쪽에 밥을 얹어 먹지만 궁에서는 반대이다. 상추를 씻을 때 마지막에 참기름 한방울을 떨어뜨려서 헹구어 건져 놓고, 가는 실파와 쑥갓을 끊어 놓는다. 쌈을 쌀 때는 잎의 컽이 위로 가게 하여 실파와 쑥갓을 놓고, 밥을 한술 준비한 찬 중에 두세 가지를 얹고 마지막에 참기름을 한방울 넣고 싸서 먹는다고 한다. 이렇게 상추를 뒤집어 싸 먹으면 절대로 체하지 않는다고 하며, 쌈을 먹은 후에는 반드시 계지차를 마신다. 계지는 계피나무의 삭쟁이 가지로 잘라서 차을 달이는데 계피와 마치가지로 향이 좋다. 상추는 한방에서 찬(寒性)식품이고 계지는 따뜻한(溫性) 식품이니, 상추를 먹은 후는 온한 계지차를 마셔서 몸을 보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긴다.
▶ 궁중의 장독대
낙선재 뒤쪽에 있던 광 앞에는 진간장독 50개가 바닥의 박석 위에 병정처럼 나란히 서 있었다. 이완길 상궁은 장독대 옆의 기와집에서 생각시 두세 명을 데리고 간장과 고추장만 전담하는 상궁이 있었는데 별명이 '장꼬마마님'이었다. 날이 밝으면 몸을 깨끗하게 씻고 이독 저독을 반들반들하게 닦고 비지나 않았나 살피는 게 임무였다. 간장독 50개가 항상 채워져 있도록 끊임없이 만들어 부어야 했고, 줄면 새 독에 옮겨 담는다. 불로 달이지 않았음에도 오래 묵혀 조청처럼 끈적끈적하고 달짝지근한 진미이었다고 한다. 6.25 때까지도 순종이 탄생하시던 해에 담았던 간장이 남아있었는데 인민군들이 먹고 난 뒤 장독을 깨버려 다 없어져버렸다. 간장에 유난히 많은 신경을 쓴 것은 고종이나 순종께서 맵고 짠 것을 싫어해 고추장과 된장을 많이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1년에 한두 번쯤 순종께서도 된장찌개를 찾으시므로 '절미된장조치'라 하여 쇠고기와 표고를 넣고 맛깔스럽게 조금씩 끓여 올리곤 하였다. 순종께서 이 찌개를 찾으시면 최연옥 상궁은 솜씨자랑할 기회가 왔다며 신바람이 나곤 했다고 한다.
▶ 한말의 서양요리
개화의 물결이 궁중오찬회까지 밀려들어 초청을 받은 대신들은 프록코트나 모닝 코트 등을 걸치고 참석했다. 궁중의 전통적인 잔칫상보다는 양식이 인기가 있어 아이스크림.수프 등이 입맛을 돋우기도 했다. 음식이 양식화하면서 그릇도 자연히 접시나 유리컵이 준비되었고 양반들도 칼질을 배우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궁중 수라간에는 서양요리 주방이 따로 마련되어 수라상에 한 주일에 수차 불란서 요리가 올려지고, 커피와 케이크도 매우 즐기게 되었다. 당시 러시아어 통역관이었던 김홍육(金鴻陸)은 시베리아 지방에서 유랑하던 김종호(金鍾浩)를 서양요리 숙수로 불러들여 서양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바치곤 했다. 고종과 순종은 특히 생선 푸라이를 즐기셨다. 빵은 독일에서 요리공부를 한 숙수를 데려다가 직접 만들었는데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고 한다.
'대궐에서 왕족의 식사는 고래로 하루에 다섯번이다'라고 『영조실록』에 적혀 있으나 영조는 검박(儉朴)하여 오식(午食)과 야식(夜食)을 두 번 줄여서 하루 3회로 하였다고 한다. 궁중에서는 평상시의 일상식은 이른 아침의 초조반(初朝飯)과 조반(朝飯).석반(夕飯)의 두 번의 수라상(水剌床) 그리고 점심 때 차리는 낮것상과 밤중에 내는 야참(夜食)으로 다섯 번의 식사를 올린다. 낮것상[晝物床]은 점심과 저녁 사이의 간단한 입매상으로 장국상 또는 다과상이다. 세 번의 식사 외에 야참으로는 면, 약식, 식혜 또는 우유죽(酪粥) 등을 올렸다. 현재 전하여지는 수라상차림은 한말 궁중의 상궁들과 왕손들의 구전에 의해 전하여진 것으로 조선시대 전반에 걸친 수라상차림이라고는 할 수 없다. 궁중의 일상식에 대한 문헌자료는 연회식에 관한 자료보다 훨씬 부족한 형편이다. 그 중 유일하게 궁중 일상식을 알 수 있는 문헌으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가 남아 있다.
궁중에서는 일년 내내 특별한 행사가 빈번하게 있다. 연례적인 행사로는 정월.단오.추석 ,동지 등의 명절과 궁내의 왕족들의 탄신일을 비롯하여 궁 밖에 사는 종친들의 생신등이 있어 대소 잔치가 열렸다. 규모가 비교적 적은 잔치는 탄일.왕손의 관례나 가례.병 회복 등 경사가 있을 때에 수시로 베풀어졌다. 왕.왕비.대비 등의 회갑(回甲).탄신(誕辰).사순(四旬).오순(五旬).망오(望五, 41세).망육(望六, 51세) 등의 특별한 날이나 이들이 존호(尊號)를 받거나 또는 왕이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가거나 왕세자책봉.가례(嘉禮) 등과 외국의 사신을 맞을 때 등의 국가적인 경사가 있을 때 왕의 윤허(允許)를 받아 큰 연회를 베풀었다. 잔치의 규모나 의식절차에 따라 진연(進宴).진찬(進饌).진작(進爵).수작(受爵) 등으로 나뉘는데 '진찬은 나라에 행사가 있을 때, 그리고 진연은 왕족에 경사가 있을 때 베푸는 잔치로 진연이 진찬보다 규모가 작고 의식이 간단하다'고는 하지만 연회음식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연회음식에 관해서는 연회 일자별로 차리는 찬안(饌案)의 규모.종류.차리는 음식의 이름을 적은 찬품단자(饌品單子;메뉴)를 만든다. 음식을 차리는 데 필요한 상.기명.조리기구를 점검하여 부족한 것은 새로 마련한다. 필요한 식품 재료를 품의하여 잔치날에 맞추어 미리미리 준비한다. 연회음식의 조리는 규모에 따라 적당한 인원의 숙수(熟手)를 동원하여 만든다.
궁중에서 쓰이는 물자는 모두 궁 밖에서 생산되는 것들로 일일이 반입하게 된다. 음식의 경우는 각 지방의 토산물 또는 특산물들이 공물(貢物) 또는 진상(進上)의 형태로 궁중에 들어오게 된다. 진상품은 궁중의 일상생활인 제향(祭享).빈례(賓禮).사여(賜與) 등에 소용되었다. 조선시대의 진상에 대하여 『경국대전(經國大典)』.『만기요람(萬機要覽)』.『탁지지(度支志)』.『대전회통(大典會通)』.『공선정례(貢膳定例)』 등을 통하여 알 수 있다. 조선이 종주국인 명나라에 보내는 방물(方物) 또는 공물에 대해서는 진헌(進獻)이라 하였고, 국내의 왕실에 올리는 것은 진상(進上), 공상(供上)이라고 하였다. 진상의 명목은 물선(物膳).방물(方物).제향(祭享).천신(薦新).약재(藥材).천자(薦子) 및 별례(別例)진상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1) 물선(物膳)진상
물선은 음식의 재료를 말하는 것으로 왕실에 올리는 것이다. 물선진상을 진선(進膳)이라고도 한다. 또한 거의 비슷한 것으로 별진상물선(別進上物膳), 무시(無時)진상, 별선(別膳), 별찬(別饌)이라고도 불리운다. 다른 별선에 비하여 물선진상은 삭선(朔膳) 또는 월선(月膳)이라고도 한다. 이는 다른 진상은 부정기적인 것에 비하여 물선은 매월 정기적이기 때문이다. 물선의 범위는 국왕, 왕비, 왕세자는 물론 전대의 왕이나 왕비가 계신 경우는 그들에게도 해당되었다. 국초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감사(監司) 등의 진상책임자인 지방관들이 임의로 하였으나 세종 즉위 후에 진상 시기 및 횟수를 정하고 예조에 명하여 그 물목을 정하였다.
(2) 물선의 물종
삭선(朔膳)은 매월 초하루에 바치는 물종으로 각 고을마다 다른 것을 바친다. 물선의 기록으로 조선시대의 각 고을의 특산물을 잘 알 수 있으며, 또한 물종의 계량 단위도 알 수 있다. 물선은 음식에 쓰이는 곡류.소채류.어패류.해초류.육류.건어물.양념류.과실류 등의 재료는 물론이고, 각지의 명산품 중 젓갈.포.정과.산자.장류 등 이미 완성된 음식도 포함되어 있다.
천신(薦新)은 시절(時節)의 제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철을 따라 새로 난 과일이나 농산물을 먼저 신주나 조상께 제사지내는 일을 이른다. 옛 사람들은 조상에게 효심이 지극하여 계절따라 새로 나오는 식품은 우선 종묘와 가묘에 바치고 고한 다음에 자손들이 나누어 먹었다. 이렇게 새로 나온 물건을 바치는 예는 임금님께서 수범하시어 종묘에 천신하니 백성들도 다 이를 본받았다. 천신한 품목을 보면 우리 강토에서 식품이 많이 나는 절기를 알 수 있다. 종묘에 천신하는 품목단자(品目單子)는 아래표와 같이 기록되어 있다.
월령 천신품목 1 월 조곽(早藿;미역), 해태(海苔;김) 2 월 생합(生蛤), 생낙지(生絡蹄), 빙송어(氷松魚), 생전복(生全鰒), 반건치(半乾雉;꿩), 청어(靑魚), 당귀싹(當歸芽), 작설차(雀舌茶) 3 월 황석수어(黃石首魚;조기), 눌어(訥魚;누치), 위어(葦魚;웅어), 궐채(蕨菜;고사리), 신감채(辛甘菜;승검초), 청귤(靑橘) 4 월 진어(眞魚;준치), 오징어(烏賊魚), 죽순(竹筍) 5 월 농어, 대맥(보리), 소맥(밀), 외(瓜子), 앵도(櫻桃), 황행(黃杏;살구) 6 월 오려미(올벼), 수수, 조, 오얏, 능금, 동아(冬瓜), 참외, 수박, 가지(茄子), 은어(銀口魚) 7 월 연어, 천렵고기(川獵), 배, 청포도, 호도, 잣, 가얌(榛子), 연밥(蓮實) 8 월 게(蟹), 붕어, 송이, 밤, 대추, 홍시(紅枾), 신주(新酒) 9 월 석류(石榴), 산포도(머루), 미후도(다래), 생안(生雁;오리) 10 월 숭어(秀魚), 대구, 은어, 문어, 마, 은행, 곶감, 유자, 금귤(金橘), 감자(柑子;귤) 11 월 생치(生雉;꿩), 천아(天鵝;백조), 백어(白魚), 당유자(唐柚子) 12 월 동정귤(洞庭橘), 유감(乳柑), 숭어, 생토(生兎;토끼)
절식(節食)은 다달이 끼어 있는 명절에 차려먹는 음식이고, 시식(時食)은 춘하추동 계절에 나는 식품으로 만드는 음식을 통틀어 말한다. 조선시대의 명절음식 단자와 종묘와 가묘에 천신하는 품목단자를 살펴보고, 또 일 년 열두 달 세시풍속을 알아보는 것은 한국 음식의 바탕을 아는 데 도움이 되며 한국식문화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 궁중의 사대 명절은 왕의 탄일(誕日), 정조(正朝), 망월(望月,정월보름), 동지(冬至)이다. 민가에서 옛부터 명절로 삼아온 초파일, 단오, 추석은 계절의 문호로 삼아 새 계절복을 갈아입는 외에는 별로 다른 의미가 없었다고 한다. 정조에는 하례를 받으시고 잔치를 베풀지만 단오와 추석에는 특별히 차리지 않는다. 오히려 여염집과 농가에서 큰 명절로 삼고 많이 차리고 먹고 즐긴다. 춘하추동의 시식의 풍습은 궁이나 서울이나 시골이나 매 한가지이었다. 『경국대전』에 의하면 '조의(朝議)를 정조, 동지, 성절(聖節;왕의 생일), 천추절(千秋節;왕세자의 생일)에는 왕이 왕세자 이하를 거느리고 망궐례(望闕禮)를 행한다'고 하였으니 이것이 명절날의 하례식이다. 정조, 동지, 초하루, 보름(朔望), 왕과 왕비의 탄일에는 왕세자와 백관이 조하(朝賀)한다. 초하루, 보름에는 단지 왕에게만 조하한다. 지방관은 각각 봉임하고 있는 곳에서 진하(進賀)한다. 매월 초 5일, 11일, 21일, 25일에는 백관이 조참(朝參)한다고 하였다.
▶ 정월 초하루
정조(正朝)가 되면 양반집 아이들과 부인들이 들어와 '신년문안 아룁니다. 만수무강하옵소서, ' 하고 세배를 드린다. 두 분 마마(순종, 윤비)께서는 보료에 앉아 계시다 손님들이 들어오면 꼭 일어나셔서 세배를 받으셨다. 종묘나 가묘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을 다례(茶禮)라 한다. 정월차례를 떡국차례라 함은 메(飯) 대신에 떡국을 올리기 때문이고, 차례를 지내느라 만드는 음식을 세찬(歲饌)이라 한다. 원단(元旦)의 절식은 흰떡, 떡국, 만두국, 약식, 약과, 다식, 정과, 강정, 전야, 빈자떡, 편육, 족편, 누름적, 떡찜, 떡볶이, 생치구이, 전복초, 숙실과, 수정과, 식혜, 젓국지, 동치미, 장김치 등이다. 순종은 무관, 시종들과 윤마마는 상궁나인들과 함께 윶놀이를 즐겨했는데 이긴 편 나인들은 모두 모본단과 같은 고급 피륙을 상으로 받기도 하였다. 그밖에 투호놀이와 궁낭(宮囊) 차기를 즐겼다.
▶정월 대보름(上元, 望日)
정월 대보름을 상월 또는 망일이라고도 한다. 망일이 되면 선무사에서 호두, 잣, 밤, 대추, 황밤을 각각 한 가마씩 들여와 자줏빛 전박에 담아 두 분 마마께 바쳤다. 이 부럼들은 생과방에서 일일이 껍질을 까서 올렸다. 마마께 올리고 난 부럼은 은합에 한몫씩 담고 노란 삼팔겹보자기에 싸서 각 양반의 집으로 내보내셨다. 윤마마께서는 나인이나 생각시들을 불러서 삥 둘러 앉혀 놓고 잣불을 켜보도록 했다. 상원절식의 으뜸은 약식(藥飯)이다. 약식의 유래는 "신라 소지왕(炤智王)이 정월15일 까마귀의 일깨움으로 위기를 모면하니 그 은혜를 보답코자 찹쌀밥을 지어 까마귀에 대한 제사날로 삼았다. "고 《삼국유사》에 적혀 있다. 신라시대에는 약밥이 아니고 찹쌀밥이었는데 고려시대의 《목은집》을 보니 기름, 꿀, 잣, 밤, 대추 등을 넣어 만든 호화로운 음식이 되었다. 서민들은 이같은 약밥이 사치품이어서 대신 오곡밥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는 풍습이 남게 된 듯하다. 그밖의 대보름 절식은 오곡수라, 묵은 나물(上元菜), 유밀과, 원소병, 작절(嚼癤, 부럼), 유롱주(爽聾酒, 귀밝기술), 복쌈(福裏), 팥죽(赤豆粥) 등이다.
▶ 정월 고사(告祀)
정월 첫 오(午)일에는 시루떡을 쪄서 고사를 지내는데 이를 세시도신(歲時禱神)이라 한다. 붉은팥 시루떡(赤豆甑餠)을 만들어 시루째로 곳곳에 놓고 일 년 동안 무사평안하기를 비는 행사로 민가에서는 물론 궁중에서도 지낸다. 예전부터 상오(上午)일에는 마굿간에 제를 지내고 찬을 주어 위로하는 예가 있었다. 무오(戊午)일을 길일로 택하여 무시루떡을 하기도 하였다. 조선조 궁중에서 계묘(癸卯;1843)년 3월 26일 함령전(咸寧殿)에서 지낸 고사의 내용을 적은 발기를 살펴보면 우선 함령전 대청, 온돌, 우물, 앞뜰, 뒤뜰, 의대방, 세수간 등과 숙옹제의 대청, 복도, 동쪽뜰, 서쪽뜰 등과 성관헌의 앞뜰, 뒤뜰, 우물, 합문과 그리고 수라간, 퇴선간, 단고간, 이간방 등 전부 46개처이다. 고사음식은 주로 시루떡, 북어, 탁주 또는 약주의 세 가지를 주로 차리지만, 곳에 따라서는 백설기, 돼지머리, 소머리, 돼지다리, 실과, 호초차 등을 올리는 곳도 있다.
▶ 입춘채(入春菜)
입춘날에는 궁중에 진산채(進山菜)라 하여 경기도의 산골 지방의 육읍(畿狹六邑)에서 움파, 산갓, 당귀싹(辛甘草), 미나리싹, 무싹 등의 오신반(五辛盤)을 진상하고 민가에서도 서로 선물을 주고 받았다.
▶ 삼짇날(上巳)
조선시대에는 기로회(耆老會)를 교외에 나가 베풀었다. 중삼절에는 두견화전(杜鵑花煎), 화면(花麵), 수면(水麵)을 천신한다. 삼짇날의 절식은 청주, 육포, 절편, 녹말편, 조기면, 진달래화전, 화면 등이다.
▶ 한식(寒食)
한식은 동지에서 105일째이며 이날 성묘를 한다. 민간에서는 설날, 한식, 단오, 추석의 네 명절에 제사를 올리고, 궁중에서는 여기에다 동지를 더하여 오절사(五節祀)라 한다. 술, 과일, 포, 식혜, 떡, 국수, 탕, 적 등을 차려 제사를 지낸다. 민간에서는 이날을 전후하여 쑥탕, 쑥떡을 해먹고 조상의 무덤에 떼을 입혔다.
▶ 단오(端午)
단오날은 수리(戌衣), 수릿날, 천중절(天中節), 단양(端陽) 등으로 불리운다. 이 날은 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날이라 하여 부녀자들이 창포 삶은 물로 머리를 씻고, 창포뿌리를 뽀족하게 깎아 다홍칠을 해 양쪽 귀에 꽂기도 하고 생머리에 꽂아 모양을 냈다. 또 비녀를 만들어 주사로 수복(壽福)의 글자를 새겨 꽂기도 하였다. 조정에서는 지방 고을 수령들이 헌납한 부채를 신하들에게 하사하셨다. 이를 단오선(端午扇)이라 하였다. 내의원에서 옥추단(玉樞丹)을 만들어 금박으로 싸서 임금님께 바치면 이를 신하들에게 하사하셨다. 이것을 오색실로 붙들어매어 차고 다니면서 액막이를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내의원에서는 제호탕을 만들어 임금께 진상하면 이를 연로한 공신들이 모인 기로소(耆老所)로 하사하셨다. 궁중의 단오 절식은 증편, 어알탕, 준치만두, 앵두화채, 제호탕, 생실과, 수리취떡 등이다. 수리취를 삶아서 절편을 찧을 때 함께 쳐서 수레바퀴 문양 떡살을 박아서 차륜병(車輪餠)이라고도 하고, 또는 쑥을 삶아서 넣기도 하여 애엽고라고도 한다.
▶ 유두천신(流頭薦新)
유두날 아침에는 수단, 건단, 유두면 등과 수박, 참외 등의 햇과일과 피, 기장, 조, 벼를 조상께 천신한다. 궁중에서는 종묘에 천신한다. 수수피 나락을 가묘에 바치는 것을 천곡(薦穀)이라 하였다. 보리로 단술을 빚어서 바치기도 한다. 유두절식은 편수, 봉선화화전, 감국화전, 색비름화전, 맨드라미화전, 밀쌈, 구절판, 깨국탕, 어채, 복분자(覆盆子, 산딸기)화채, 떡수단, 보리수단, 참외, 상화병(霜花餠, 기주떡) 등이다.
▶ 사빙(賜氷)
사빙은 궁중에서 옛날부터 유월 중순경에 기로소와 각 관아에 얼음을 나누어 주는 것을 말한다. 조선시대 빙고는 동빙고와 서빙고가 있었다. 동빙고는 국가의 제사에 소용되는 얼음을 저장하였고, 서빙고는 한강하류 둔지산 기슭에 있는데, 이곳 얼음은 수라상에서 쓰이고, 또 백관에게 나누어 주었다.
▶ 삼복팥죽
민간에서는 팥죽을 동지날에 쑤지만 궁중에서는 동지와 복(伏) 즉 초, 중, 말복에 번번히 쑤어서 온 궁중이 다 먹었다고 한다. 한말에 쓰던 솥이 지금 창덕궁 대조전 앞 월대 전면에 장식처럼 진열해놓은 청동 '부견주'였다. 이는 화로와 비슷한데 다만 양편에 손잡이 고리가 있고, 대신 발이 없다.
▶ 칠석(七夕)
칠석날의 절식은 밀전병, 증편, 육개장, 게전, 잉어구이, 잉어회, 복숭아화채, 오이소배기, 오이깍뚜기 등이다.
▶ 하절(夏節)시식
궁중에서는 정월에 남겨둔 흰떡을 다시 불려서 떡국을 끓여먹는다. 더위를 이긴다고 겨울 음식을 여름에 먹는다.
▶ 한가위(秋夕,嘉俳)
추석을 가배 또는 한가위라고도 한다. 한가위의 절식은 오려송편, 토란탕, 밤단자, 갖은 나물, 가리찜, 배화채와 밤, 대추, 사과, 배, 감 등의 햇과일이다.
▶ 중양절(重陽節)
중양절은 양수(陽數)가 겹치고, 구(九)가 겹친 날로 명절로 삼는다. 삼짇날에 돌아온 제비가 다시 강남으로 떠나는 날이다. 중양절의 절식은 감국전, 밤단자, 유자화채, 생실과 등이다. 유자화채는 배, 유자를 썰어 꿀물에 넣고 석류와 잣을 띄운 아주 향기 좋은 화채이다.
▶ 추절(秋節)시식
추수가 한창이라 햇곡식이 풍성하니 인심도 후한 계절이다. 물호박떡, 무시루떡, 밤단자, 대추인절미 등이 떡과 토란탕, 토란단자 등을 만들고, 살찐 황계(黃鷄)로 백숙을 한다.
▶ 타락죽(駝酪粥)
궁중에서는 시월 초하루부터 정월에 이르기까지 내의원에서 타락죽인 우유죽을 만들어 진상한다. 낙죽은 쌀을 갈아서 우유를 부어서 끓인 보양이 되는 죽이다. 우유는 서양문물이 들어온 이후에 식용이 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은 삼국시대부터 이 땅에서 우유를 음용한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에 상설기관으로 우유소(牛乳所)가 있었으나 조선시대에 타락색(駝酪色)으로 바뀌었으며 지금의 동대문에서 동소문에 걸치는 동산일대를 타락산이라 하고 약칭하여 낙산(駱山)이라 하였다.
▶ 동지(冬至)
동지는 밤이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조선조 궁중에서는 동지를 소명절(小名節)이라 하여 정월 다음으로 꼽았던 것은 사실이다. 궁중에서는 공적 의례로 백관이 하례를 드리고, 사적으로는 비빈을 비롯하여 궁녀들이 웃어른에게 문안례를 올리는 것이다. 문안례가 끝나면 궁녀들은 노소와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이날 하루 만은 자주저고리를 입는다고 한다. 관상감에서는 동짓날에 다음해의 달력을 만들어 나라에 올리면 모든 관원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책력은 일년 동안의 절후가 모두 명시되어 있어 일상생활에 긴하게 쓰인다. 민가에서는 붉은 팥으로 팥죽을 쑤고 찹쌀가루로 새알심을 만들어 넣고 꿀을 곁들인다. 가묘에 천신하고 팥죽을 문짝에 뿌리면 액을 막는다고 하여 성행하였으나 근래에는 팥죽을 먹는 것으로 액땜을 한다. 동지의 절식은 팥죽, 전약, 식혜, 수정과, 동치미 등이다.
▶ 동짓달 천신
청어의 산지는 통영과 해주인데 겨울과 봄에 진상한다. 이를 종묘에 천신한다. 또한 통영에서 잡은 생전복과 대구를 궁중에 진상한다. 제주목사는 귤, 유자, 황감 등을 진상하며 임금은 이를 태묘에 천신하고, 드시고 신하들에게도 하사하신다. 이를 축하하기 위하여 유생들에게 과거를 보이고 귤을 나누어주니 이것을 황감제(黃紺製)라고 한다.
▶ 동절절식
냉면은 추운 겨울의 시식으로 꼽힌다. 한말에 고종께서는 특히 면을 좋아하시어 야참으로 냉면을 즐기셨다고 한다. 고종은 매운 것을 못드시니 냉면의 꾸미는 편육, 배, 잣 뿐이었다고 한다. 국물은 육수가 아니고 시원한 동치미말국에 배를 많이 넣어 담근 것이라 무척 달고 시원했다 한다.
▶ 납일(臘日)
납일(臘日)은 동짓날로부터 세 번째 미일(未日)로 그해 농사 형편과 여러 가지 일에 대하여 신에게 고하는 제사를 납향(臘享)이라고 하고, 수렵이 해제되는 때이다. 궁중에서는 왕이 수렵 행차 납신다는 통고가 있으면 사냥터에서 잡수실 음식은 소주방에서 차려가지고 나가게 되고, 수렵에서 돌아오시면 노루, 산돼지, 메추리, 꿩 등 잡아온 고기들로 전골을 만들어 잔치를 베푼다. 수렵한 산짐승, 산새 등으로 만든 전골을 특히 납평전골이라 부르며 납일에 수렵해온 금수의 고기는 모두 맛이 좋다. 종묘의 납향 때 납육(臘肉)으로 산돼지와 산토끼를 썼다. 경기도 내의 산간의 군에서는 납향에 쓰는 산돼지를 조달하기 위하여 그 곳 수령들은 군민들을 동원하여 산돼지를 수색하여 잡았다고 한다.
▶ 섣달 그믐날 무장과 팥죽
섣달 그믐날 새벽 궁중에서는 왕과 왕비를 위시하여 아래 하인들까지 '무장'이라 하는 일종의 '날 메주'국물을 마신다. 백항아리에 소금물 끓인 것을 식혀담고 거기에 메주를 뚝뚝 떼어넣었다가 우러난 물을 마시는 것이다. 이는 섣달 그믐에 묵은 해를 보내면서 새해를 맞이하기에 앞서서 벽사의 목적인 듯하다. 고종 때에 김명길 상궁의 이야기로는 왕 내외분이 꼭 마셨다고 전한다.
▶ 세찬(歲饌)
조선시대에는 각 지방에 내려간 절도사(節度使), 각 도백(各道伯) 수령들은 궁중과 고관 친지에게 토산물을 증정하고 세찬의 세찬단자를 바쳤다. 이것을 총명지(聰明紙)라 하였다. 세찬이 토산물이 아닌 경우에는 떡쌀, 술쌀, 두부콩, 메밀쌀이고, 세육(歲肉)으로는 쇠고기, 꿩고기, 북어, 참새 등이 좋으며, 과품으로는 밤, 대추, 곶감, 엿강정 등을 선사하였다. 조선시대에 백성의 교화와 국가경제의 균형을 위하여 함부로 술을 빚지 못하게 주금(酒禁), 소나무를 마음대로 베지 못하게 한 송금(松禁), 소를 함부로 잡지 못하게 하는 우금(牛禁)의 세 가지를 국가에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섣달에는 우금을 풀어서 연말 세찬과 차례를 위한 육류의 수요를 충당하였다고 한다.
▶ 탄일(誕日)
순종의 탄일은 2월 19일로 궁중에서는 정조(正朝) 다음가는 큰 명절이었다. 음식을 한자(30㎝)높이로 괴고 이왕직 아악부에서 북, 장구, 해금, 피리, 대평소를 갖고 들어와 육각(여섯 가지 국악기로 음률을 했다는 의미)을 잡혔다. 궁녀들은 어여머리를 하고 5∼6명씩 짝을 지어 나란히 서서 절을 했다. 덕수궁 계신 고종께서는 각종 피륙을 죽상자에 가득가득 담아 생일선물로 보내시곤 하였다. 탄일에 차린 어상은 동그란 소반에다 한 상씩을 차려 양반집으로 하사하는 일도 잊지 않으셨다고 김명길 상궁이 술회하였다.
(1) 수라
▶ 흰수라,팥수라
궁중에서는 왕과 왕비가 드시는 밥을 수라(水剌)라 한다. 일상의 조석 수라 상에는 흰 수라와 팥수라 두 가지를 올린다. 수라를 짓는 쌀은 전국에서 최상급의 좋은 쌀로 왕과 왕비 드실 것만을 따로 짓는다. 흰밥은 일반의 밥짓는 법과 같으나 팥수라는 쌀과 팥을 한데 넣고 밥을 짓는 것이 아니고 팥을 삶은 물만을 부어서 짓는다. 붉은 색이므로 홍반(紅飯)이라 한다.
▶ 오곡 수라
멥쌀, 찹쌀, 차조, 콩, 팥을 섞어 지은 오곡밥이다. 정월 보름의 절식으로 묵은 나물들과 함께 먹는다.
▶ 골동반(骨董飯)
비빔밥을 이르며 또는 비빔이라고 한다. 궁중의 비빔은 밥에 여러 가지 익힌 나물과 볶은 고기를 넣어 고루 비벼서 대접에 담고 위에 알지단, 생선전, 튀각 등을 얹어서 먹는데 고추장은 넣지 않는다. 일설에 의하면 궁중에서 섣달 그믐날에는 비빔밥으로 묵은해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새해는 첫음식으로 떡국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는 그믐날 남은 음식을 해를 넘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2) 죽, 미음, 응이
죽, 미음, 응이을 모두 곡물로 만드는 유동식 음식이다. 궁중에서는 죽이니 응이를 아픈 사람을 위한 병인식보다는 이른 아침에 내는 초조반상이나 낮것상으로 낸다. 궁중의 죽은 잣죽, 타락죽, 흑임자죽, 낙화생죽 등으로 곡물과 종실류을 곱게 갈아서 만든 무리죽의 종류가 많다. 쇠고기를 넣은 장국죽과 전복죽도 만드나 다른 채소나 어패류를 넣은 죽은 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미음으로는 달걀 삼합미음, 조미음, 속미음, 차조미음 등이 있고, 응이에는 율무응이, 녹말응이, 오미자응이 등이 있다.
▶ 오미자응이
오미자 국에 꿀을 타서 끓이다가 녹두 녹말을 풀어 넣는다.
▶ 속미음
찹쌀, 대추, 인삼, 황율을 물에 한데 넣고 오래 끓여서 체에 밭인다. 여러 가지 약재가 들어 있어 병자를 이롭고 몸을 보호하는 음식이다.
▶ 잣죽
불린 쌀을 갈아서 체에 밭여서 잣 간 것을 합하여 끓인다.
▶ 행인죽
행인은 껍질을 벗기어 곱게 갈아서 쌀 간 것과 한데 끓인다.
▶ 흑임자죽
검정깨를 곱게 갈아서 갈은 쌀과 한데 끓인다. 깨죽은 검정깨인 흑임자뿐만 아니라 흰깨로 쑤기도 한다.흑임자는 옛날부터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게 하고 검고 윤기 있게 한다 하여 민간에서 널리 애용하였다.
▶ 타락죽
불린 쌀을 갈아서 물과 우유를 넣고 끓인다. 타락죽은 소주방에서 끓이지 않고 내의원에서 끓였다고 한다.
▶ 장국죽
흰죽을 끓이다가 다진 쇠고기와 채 썬 표고를 합하여 양념하여 작은 반대기를 지어서 넣어 어우러지게 함께 끓인다.
(3) 국수
궁중에서 국수는 잔칫상이나 평상시에는 점심때에 손님이 계시면 간단하게 국수상을 차려 낸다. 국수의 재료가 밀가루보다 메밀로 만든 국수가 많이 쓰였다.
▶ 장국 냉면
쇠고기로 장국을 끓여 식혀 기름을 걷고 간을 맞추고, 메밀국수를 삶아서 말고, 편육, 회, 고기완자, 표고채, 석이채, 계란지단을 얹는다.
▶ 김칫국 냉면
양지머리를 삶아 동치미국을 합하여 간을 맞추고, 메밀국수를 말아서 편육, 배, 김치 등을 얹는다.
▶ 국수비빔(골동면)
봄철 시식으로 메밀국수에 육회, 편육, 미나리 등을 넣고 양념 간장으로 비벼서, 고기완자, 계란지단, 배 등을 웃기로 얹는다.
▶ 면신선로
사태편육, 패주, 새우, 미나리초대, 죽순, 계란지단 등을 신선로 틀에 돌려 담고 육수를 부어 끓인다. 삶은 국수를 따로 대접에 담고 신선로 속의 재료들이 익으면 국물과 건지를 떠서 국수에 말아서 먹는다. 어패류의 맛이 산뜻하다.
▶ 온면
양지머리 육수를 만들어 간을 맞추어 삶은 메밀국수를 말고, 고기 산적과 완자, 계란지단을 얹는다.
▶ 난면
밀가루를 달걀 물로 반죽하여 난면이라 부르는데 부드럽고 약간 노른빛이 난다. 젖은 국수라서 장국에 직접 끓이는 제물국수도 되고 온면처럼 국수를 따로 삶아 장국을 따로 넣기도 한다.
▶ 도미면
도미찜과 마찬가지로 도미를 준비하고 삶은 곰탕 거리와 각색 전유어와 지단과 고명을 신선로처럼 마련한다. 전골 냄비에 곰탕 거리를 깔고 도미를 원래 모양대로 가지런히 놓고 가장자리에 골패형으로 썰은 지단과 채소를 돌려 담고, 은행, 호도, 잣과 완자 등 고명을 얹고 장국을 부어 끓인다. 한소끔 끓으면 쑥갓과 당면을 넣어 잠시 더 끓인다. 도미를 왼 통으로 할 때는 드문드문 칼집을 넣고 소금, 후추를 뿌려서 지져서 쓴다.
(4) 만두, 떡국
만두는 장국에 넣어 끓이기도 하고 찌기도 한다. 만두 껍질은 밀가루가 대부분이나 메밀가루로도 만든다.
▶ 장국 만두
배추김치, 돼지고기 ,두부 등을 합해 만든 소를 넣고 둥근 모양의 만두 껍질에 싸서 빚는다. 병시(餠匙)는 주름을 잡지 않는 납작하게 반달형으로 빚는다.
▶ 생치 만두
꿩을 살만 발라 곱게 다지고 미나리, 배추, 표고 등과 합하여 만두소를 만들고, 만두피는 메밀가루와 녹말을 반씩 섞어 반죽하여, 소를 넣고 송편처럼 빚어서 고기 장국에 넣어 끓인다.
▶ 동아 만두
동아를 껍질을 벗기고 대강 둥근 모양으로 떠서 소금에 절여 놓는다. 만두소는 닭고기를 삶아서 다져서 양념하여 절인 동아 사이 넣고 반달 모양으로 접어서 녹말을 묻혀서 쪄내어 더운 육수를 부어서 상에 낸다.
▶ 편수
여름철 시식이다. 만두소는 쇠고기, 오이, 숙주, 표고, 석이 등을 한데 하여 만들고, 밀가루 반죽을 네모지게 썰고 소를 넣고 빚어서 맑은 장국에 삶아 건진다.
▶ 규아상
만두소는 다진 쇠고기, 채 썬 오이, 표고를 익혀서 합한다. 밀가루를 반죽하여 얇게 밀어 둥근 만두피를 만들어 소를 넣고 해삼 모양으로 빚어서 담쟁이 잎을 깔고 쪄낸다.
▶ 준치 만두
준치를 쪄서 살만 발라서 다진 쇠고기를 합하여 양념하여 작은 만두 모양이나 완자로 빚어서 녹말가루를 묻혀서 쪄내거나 장국에 삶아 건져서 고기 장국에 넣고 파나 쑥갓을 띄운다. 만두라고는 하지만 만두피에 소를 넣은 것이 아니고 일종의 어알찜이다.
▶ 떡국
쇠고기 육수를 만들고, 납작하게 돈 짝처럼 썰은 흰떡을 넣고 끓여서 계란 지단과 고기 산적을 웃기로 얹는다.
(1) 국(탕)
궁중의 국(탕)은 소의 양지머리, 사태 등과 내장류 도가니등을 넣어 오래 끓인 곰탕류가 많다.
맑은국
▶ 무국
가장 일반적인 국 끓이는 법으로 무와 고기를 납작납작 썰어 빨리 끓이거나 양지머리를 덩어리째 끓이다가 무를 큰 토막으로 넣어 무를때까지 서서히 끓여 건지가 익으면 건져 납작하게 썰어 넣어 끓이는 국이다.
▶ 황볶기 탕(쇠고기 국)
무를 납작하게 썰어 고기와 함께 볶아서 물을 부어 짧은 시간에 만든 국으로 황복은 쇠고기를 뜻하므로 쇠고기를 볶아 끓인 국이다.
▶ 곽탕(藿湯,미역국)
산후 조리때 먹으며 삼신상이나 백일, 돌, 생일날에 반드시 차리는 음식이다. 쇠고기를 잘게 썰어 미역과 볶아 끓이고 양지머리나 사골등 고아서 만든 국물에 미역을 넣어 끓이기도 한다.
▶ 송이탕
쇠고기 장국에 저민 송이를 넣고 살짝 끓인다.
▶ 애탕
쑥을 데쳐서 쇠고기와 함께 완자를 빚어 넣어 끓이는 맑은 국이다. 반상에 따르는 국이 아니고 교자상이나 주안상에 어울리는 국이다.
▶ 봉오리탕(완자탕)
쇠고기를 다져 완자를 빚어 넣어 끓인 맑은 국이다.완자를 궁중에서는 봉오리라 하고 민간에서는 모리라고 해서 완자탕을 봉오리탕 또는 모리탕이라고 한다.
▶ 어알탕
어알탕은 쇠고기 대신 흰살 생선의 살로 빚은 완자를 넣어 끓인 산뜻한 맛의 맑은 국이다.
▶ 초교탕
삶은 닭고기와 도라지, 쇠고기, 표고, 미나리 등을 밀가루와 계란을 넣어 고루 잘 섞어서 끓는 쇠고기 장국에 한 수저씩 떠 넣고 계란 줄 알을 친다.
▶ 청파탕
쇠고기로 장국을 끓여서 푸른 실파나 움파를 길게 썰어 넣고 간을 맞추고 계란을 풀어 줄알을 친다.
▶ 북어탕
북어를 작게 토막을 내어 참기름, 소금으로 무쳐서 밀가루, 계란의 순으로 옷을 입혀서 끓는 쇠고기 장국에 넣고 파를 썰어 넣는다. 그밖에 궁중에서 많이 만드는 탕으로 곽탕(미역국),무황볶이탕(무국),토란탕, 영계백숙 등이 있은 데, 만드는 법은 민가에서의 법과 같다.
▶ 호박꽃탕
활짝 피지 않은 호박꽃을 따서 겉껍질을 벗기고 속의 꽃술을 뺀다. 다진 쇠고기와 표고, 석이 등을 합하여 꽃 속에 채워넣고 데친 미나리로 호박꽃 끝을 동여매고 밀가루와 계란을 씌워서 끓는 장국에 넣어 끓인다.
▶ 참외탕
쇠고기 장국에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서, 껍질 벗긴 참외를 납작납작하게 저며서 넣는다. 오이도 참외와 같은 방법으로 끓인다.
곰국
▶ 설농탕(雪濃湯)
설렁탕은 설렁탕, 선농탕, 설농탕으로 표시한다. 뼈가 붙은 고기를 많이 넣어 오래 곤 국으로 뽀얀 국물을 우러 내며 기호에 따라 간을 소금, 후춧가루로 맞춘다.
▶ 곰탕
곰탕은 살코기나 내장을 주로 하여 무와 함께 끓여서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 가리비탕
소가리(갈비)를 무와 함께 오래 끓인 탕이다. 익은 갈비를 건져 양념하여 다시 한소끔 끓여서 알지단을 띄운다.
▶ 육개장
사태,곤자손이,양,곱창,부아,쇠악지 등의 국거리를 한데 무르게 살아서 고기는 죽죽 가르거나 얇게 썬다. 고기를 양념하여 국에 넣고, 고춧가루를 참기름을 개어서 국에 풀고 데친 파를 많이 넣고 끓인다.
▶ 잡탕
소의 고기와 여러 내장 부위와 해삼,채소등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 탕이다. 사태,곤자손이,곱창,양 등을 무와 함께 무르게 끓인다. 고기 완자와 등골전과 미나리 초대를 부쳐서 골패형으로 썰고, 해삼과 표고는 불려서 살짝 볶는다. 삶은 국거리를 썰어 양념하여 다시 한소끔 끓여서 대접에 담고, 등골전,해삼,표고,계란지단,완자 등을 얹고 국물을 붓는다.
▶ 두골탕
두골은 얇은 막과 핏줄을 떼어 내고 얇게 저며서 소금을 약간 뿌리고 밀가루와 계란을 씌워서 전을 부친다. 끓는 쇠고기 장국에 두골전을 넣어 잠깐 끓인다.
토장국
▶ 연배추탕
쇠고기 장국에 토장과 고추장을 풀고, 데친 연배추와 모시조개를 넣고 끓인다. 소루쟁이.아욱.시금치 등 푸른 잎 채소는 같은 법으로 한다.
냉국
▶ 깨국탕(임자수탕)
닭을 삶아서 살만 바르고, 깨를 볶아서 깻국을 만들어 합하여 차게 식힌다. 고기 완자와 등골전,미나리초대 그리고 오이,표고,감국잎은 녹말을 묻혀서 데쳐 내어 그릇에 담고, 차게 식힌 깻국을 붓는다.
▶ 오이냉국
▶ 미역냉국
(2) 조치
조선조 궁중에서는 찌개를 조치라 하고, 고추장 찌개를 감정이라 하였다. 맑은 찌개는 소금이나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두부, 호박, 무, 조개 등을 넣어 담백한 맛이다. 궁중에서는 조치는 토장이나 고추장 조치보다 맑은 조치를 많이 올렸다고 한다. 조치는 뚝배기에 재료를 담아 직접 불에 얹는 것이 아니고, 밥솥이나 중탕을 해서 쪄서 다시 화롯불에 잠깐 끓여서 반상에 곁들인다.
▶ 게감정
게 딱지를 벗기고 살을 발라서 쇠고기, 으깬 두부와 합하여 양념하여 게 딱지에 도로 채워 밀가루와 달걀을 묻혀 전을 지진다. 고기 장국에 된장, 고추장을 풀어 끓이다가 지져낸 게를 넣고 끓인다.
▶ 오이감정
장국에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 끓으면 오이를 돌려가며 삼각지게 저며 넣어 끓인다.
▶ 병어감정
병어를 살만 떠서 파채, 마늘채, 생강채를 넣어 국물을 적게 하여 만든 고추장 찌개이다. 상추쌈의 찬으로 먹으면 좋다.
▶ 절미된장 조치
절미 된장은 궁에서 절 메주로 담은 장을 간장을 빼고 여러 해 두면 된장 독 밑바닥에 눌은 밥처럼 된장이 늘어 붙게 된다. 이 된장을 긁어서 체에 걸러서 조치를 만든 것이다. 다진 쇠고기를 양념하고 표고버섯, 파와 함께 뚝배기에 담고 된장, 참기름, 꿀을 넣고 저어서 밥솥에 서너번 쪄서 반상에 올린다. 중탕한 것을 화로에 잠깐 끓여도 좋다.
▶ 굴두부 조치
굴과 두부를 넣은 조치로 아침상이나 죽상에 잘 어울린다. 굴이나 두부를 넣어 지나치게 오래 끓이거나 다시 덮히면 맛이 아주 떨어진다. 국물이 시원하여 과음한 후에 먹는 해장국으로도 좋다.
▶ 애호박젓국 조치
애호박과 쇠고기와 두부를 한데 넣어 새우젓국으로 간을 맞춘 맑은 찌개로 여름철에 맛이 있는 찌개이다.
▶ 명란젓 조치
명란젓과 두부와 실파를 한데 넣어 새우젓국으로 간을 맞춘 담백한 맛의 찌개로 특히 겨울철에 맛이 있는 찌개이다.
▶ 무조치
뚝배기에 납작하게 썰은 무와 쇠고기를 담고 물을 붓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어 밥솥에 쪄서 다시 한번 화로에 얹어 잠깐 끓인다.
▶ 생선 조치
잘게 썬 쇠고기를 넣고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끓이다가 조기나 숭어를 내장을 빼고 토막내어 넣어 대강 익으면 파와 풋고추나 다홍 고추를 썰어 넣어 한데 끓인다.
(3) 전골과 신선로
전골은 육류와 채소를 양념을 하여 합에 담아서 별도의 전골상을 올려놓고, 화로에 전골틀을 올려놓고 즉석에서 볶고 끓이는 음식이다. 미리 볶아서 접시에 담아 상에 올리면 볶음이라고 한다.
▶ 도미면
신선한 도미의 살을 전유어로 부쳐서 삶은 고기와 채소를 어울려 담고 끓는 장국에 당면을 넣어 먹게하므로 도미면이라 한다. 호화로운 궁중의 전골이며 승기악탕이라 하는데 춤과 노래보다 낫다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 낙지전골
낙지에 쇠고기와 채소를 넣어 매운 맛으로 양념하여 상에서 바로 볶아서 먹는 국물이 없는 전골이다.
▶ 두부전골
두부를 납작하게 썰어서 양면을 지져 두장 사이에 양념한 고기를 채워서 채소들과 함께 장국을 넣어 끓이는 담백한 맛의 전골이다.
(4) 찜, 선
찜은 육류,어패류,채소류를 국물과 함께 끓여서 익히는 법과 증기로 쪄서 익히는 법이 있다. 끓이는 찜은 쇠갈비, 쇠꼬리, 사태, 돼지갈비 등을 주재료로 약한 불에서 서서히 오래 익혀서 연하게 만들며, 증기에 찌는 찜은 주로 채소, 생선, 새우, 조개 등으로 만든다. 선(膳)은 찜의 조리법에 해당하는 음식으로 채소나 생선 두부 등으로 만들 때 선 자를 붙인다. 호박, 오이, 가지, 배추, 두부 등의 식물성 주재료에 부재료로 쇠고기나 닭고기 또는 채소의 소로 채워 넣어 장국에 넣어 잠깐 끓이거나 찜통에 찌는 법으로 만든다.
▶ 생복찜
날 전복인 생복과 쇠고기는 덩어리째 삶아 송이버섯과 합하여 양념장에 잠깐 익힌 찜이다.
▶ 부레찜
민어 부레속에 다진 쇠고기와 표고버섯을 합하여 양념하여 채워 쪄내어 식은 후에 썰어서 어채나 어만두와 어울려 담는다. 겨자나 초장을 찍어 먹으면 어울린다.
▶ 도미찜
도미를 다듬어서 살만 떠서 이를 5cm폭으로 넓적하고 어슷하게 토막을 내어 전을 부친다. 쇠고기와 표고, 석이, 미나리, 당근, 양파 등은 채로 썰어 전골냄비에 돌려 담고, 채소를 돌려 담고 장국을 부어서 끓인다. 또 다른 방법은 도미를 통째로 칼집을 넣어 장국을 부어 끓이고, 따로 장국에 표고, 석이, 미나리, 당근, 양파 등을 썰어서 한데 넣어 끓이다가 녹말가루를 물에 풀어 넣어 걸쭉하게 익혀서 도미 위에 끼얹어서 낸다.
▶ 대하찜
대하를 쪄서 익혀 크게 져며 썰어서 납작하게 썬 오이와 죽순을 볶아서 편육을 합하여 잣집으로 무친다.
▶ 송이찜
피지 않은 송이를 골라서 칼집을 넣어서 양념한 쇠고기를 채워서 밀가루, 계란을 입혀서 전처럼 지진다. 쇠고기와 표고를 채 썰어 양념하여 냄비에 깔고 송이를 위에 놓고 장국을 부어서 살짝 끓여서 계란 지단과 잣을 뿌린다.
▶ 죽순찜
죽순은 연한 것으로 삶아서 등쪽을 비늘처럼 칼집을 내어 다진 쇠고기와 채 썬 표고와 석이를 합하여 양념하여 채운다. 냄비에 무채와 쇠고기를 깔고 죽순을 얹고 석이, 표고, 당근, 미나리 등 채소를 얹어 장국을 부어서 익힌다.
▶ 떡찜
사태찜에 가래떡을 함께 넣어 부드럽게 만든 찜으로 정월 음식이지만 겨울철에 푸짐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사태나 내장을 삶기 힘들때는 다진 고기만으로 한다.
▶ 배추꼬리찜
배추 꼬리를 삶아서 굵은 것은 반으로 갈라서 냄비에 담고 납작하게 썰어 양념한 쇠고기와 표고, 석이, 당근, 파 등을 함께 넣고 끓여서 익힌다.
▶ 우설찜
우설과 무를 크게 잘라서 한데 무르게 삶아서 큼직하게 토막을 낸다. 삶은 우설과 미나리, 표고, 석이, 양파, 당근 등을 한데 양념하여 장국을 붓고 끓인다.
▶ 사태찜
사태와 곤자손이 곱창 등을 씻어서 한데 무를 넣고 삶아서 무르면 건져서 큼직하게 썬다. 우설찜과 마찬가지로 채소와 함께 익힌다.
▶ 우설찜
삶은 우설에 무와 표고버섯, 밤, 미나리, 표고버섯, 석이버섯, 양파, 당근의 부재료를 합하여 양념하여 장국을 붓고 서서히 익힌 찜이다.
▶ 가리찜
가리는 갈비를 이르며 소갈비로 만든다. 갈비를 무르게 삶아서 표고, 무 등의 채소와 함께 양념하여 다시 익힌다.
▶ 궁중닭찜
닭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만드는 데 고임상이나 제사상에는 통째로 찜을 한다. 닭을 통째로 삶아서 살을 굵직굵직하게 뜯어 놓는다. 닭국물에 간을 맞추고 표고, 석이, 목이를 채 썰어 끓이다가 밀가루를 물에 풀어서 넣어 걸쭉하게 익히고 계란을 풀어 줄 알을 친다. 살은 닭에 더운 즙을 얹는다.
▶ 어선
생선 흰 살에 얇게 떠서 고기와 채소로 만든 소를 넣어 말아서 녹말을 묻혀서 찐다. 식은 후에 썰어서 겨자장이나 초장을 곁들여 낸다.
▶ 두부선
두부는 곱게 으깨어 다진 닭고기, 쇠고기 등을 섞어 양념하여 반대기를 지어서 위에 계란지단,표고,석이,실고추 등을 고명으로 얹어 쪄내어 작게 썬다.
▶ 오이선
오이를 토막내어 어슷하게 칼집을 넣어 사이에 쇠고기, 달걀 지단등을 채워서 단촛물을 끼얹어 만드는 산뜻한 맛의 채소 음식이다. 여러 가지 음식을 순차적으로 대접할 때 전채음식으로 알맞다.
▶ 가지선
가지를 토막을 내어 오이소박이처럼 칼집을 넣어 사이에 소고기를 채워서 장국을 부어서 끓인 가을 별식인 채소찜이다.
(5) 생채(生菜)
궁중의 생채는 무,오이,더덕,도라지,노각 등으로 민가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겨자채
여러 가지 채소와 편육, 전복, 해삼과 밤,배 등을 얇게 썰어 합하여 겨자집으로 버무린다. 궁중에서 겨자집은 갓의 씨앗을 빻아 사기그릇에 담고 물로 되직하게 개어서 따뜻한 곳 엎어 두어 매운 맛을 난 다음에 식초, 소금, 설탕으로 간을 맞추고 우유를 섞는다.
(6) 나물(熟菜)
궁중의 나물인 무,고비,고사리,호박,숙주,박오가리,도라지,죽순 등으로 만들었다. 잡채, 탕평채, 죽순채 등도 조리법으로 나누면 숙채에 해당되며, 볶은 채소와 고기 등을 밀전병에 싸서 먹는 구절판도 크게 나누면 숙채 음식에 포함된다.
▶ 죽순채
봄에 나는 햇죽순을 삶아서 쇠고기와 채소를 한데 넣어 무친 산뜻한 맛의 채소 음식이다.
▶ 월과채
애호박을 눈썹모양으로 썰어 나물 양념하여 볶고,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쇠고기를 채썰어 각각 양념하여 볶고, 찹쌀가루는 찹쌀전병으로 부쳐 자른 것을 한데 합하여 참기름과 깨소금을 무치는 음식이다.
(7) 조리개, 초
궁중에서는 조림을 조리개라고 한다. 조림은 육류,어패류,채소류로 간을 약간 세게 하여 주로 반상에 오르는 찬품이다. 쇠고기 장조림 같이 오랫동안 두고 먹을 것은 간을 세게 한다. 초(炒)는 원래 볶는다는 뜻이지만 우리의 조리법에서는 조림처럼 하다가 나중에 녹말을 풀어 넣어 국물이 엉기게 하며 대체로 간은 세지 않고 달게 간을 한다. 초의 재료로는 홍합과 전복, 불린 해삼 등이 주로 쓰인다. 궁중의 조리개는 조기나 민어 등의 생선과 두부 등도 쓰인다.
▶ 우육조리개
쇠고기 장조림으로 육장(肉醬)이라고도 한다. 우둔이나 홍두깨 살을 큰 토막으로 삶아서 기름은 걷어 내고 간장에 조리는데 생강, 파, 마늘, 통고추를 함께 넣는다.
▶ 편육 조리개
양지머리 편육을 간장에 파, 마늘, 생강을 넣어 조린다.
▶ 장똑똑이
쇠고기를 가늘게 채로 썰어 간장과 양념을 넣고 까뭇하게 조린다.
▶ 전복초
마른 전복을 불려서 얇게 저며서 쇠고기와 간장, 설탕, 후춧가루를 넣고 조리다가 거의 졸아들면 녹말을 넣고 참기름을 넣어 윤기 나게 한다. 홍합과 소라 등도 같은 방법으로 한다.
(8) 전유화(煎油花), 지짐
궁중에서는 전유어를 전유화(煎油花)라 표기하였다. 전은 민어, 대구 등 흰 살 생선의 전이나 굴전, 대하전, 새우전 등의 해물전과 풋고추전, 애호박전, 가지전 등은 일반에서 하는 법과 같다. 전을 지질 때 계란을 흰자와 노른자를 각각 나누어서 흰색전과 황색전을 부치기도 한다. 미나리, 달래, 실파 등을 밀가루 즙에 섞어 부치는 밀적은 짭짤한 맛의 조리개나 장산적과 같은 찬에 어울려 담는다.
▶ 대합전
대합조개는 껍질에서 살만을 떼어내어 전을 지지고 작은 조갯살은 여러개를 모아서 부친다. 또는 조갯살을 다져서 양념하여 조개 껍질에 채워서 지지는 법도 있다.
▶ 새우전
옛부터 새우는 껍질을 벗기고 익히면 붉은 색이 선명하고 독특한 감칠 맛이 있어 귀한 전으로 친다. 둘로 쪼개어 펴서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을 씌워서 번철에 기름을 넉넉히 두른 다음 지져낸다. 커다란 대하는 반씩 갈라서 지진다.
▶ 풋고추전
작은 풋고추를 반을 갈라 씨를 뺀 뒤 소금물에 살짝 데친 뒤 양념한 다진 고기를 채워서 밀가루와 달걀 물을 입혀지지는 전이다.
▶ 연근전
연근을 데쳐서 밀가루 즙을 씌워 기름에 지진 전으로 씹히는 감이 아작아작하고 맛이 유별하다. 섬유질이 억센 것이므로 삶아서 써야만 한다.
▶ 녹두빈대떡
녹두를 불려서 갈아서 돼지고기와 나물 거리를 섞어서 지진 빈대떡이다. 한번 반죽해서 하면 녹두가 삭아버려 반대기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 파전
실파와 해산물, 쇠고기 등의 재료를 밀가루집에 섞어서 푸짐하게 지진 일종의 밀적이다. 밀가루를 쓰기도 하나 멥쌀가루와 섞어쓰면 더 부드럽다. 파는 억세지만 않으면 어느 것이나 되며 미나리, 부추등으로 같이 넣어 할 수 있다.
(9) 구이, 적(炙)
구이는 거의 모든 재료로 만들 수 있으며 김구이, 생선구이, 더덕구이, 불고기 등은 일상적으로 만드는 찬품이다. 양념에 따라 소금구이, 양념장구이, 고추장구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적(炙)은 육류, 채소, 버섯 등을 양념하여 대꼬치에 꿰어 구운 것이다. 궁중의 적으로 두릅적, 떡산적, 파산적, 육산적, 박느르미적는 일반의 조리법과 같다. 그리고 생선, 김, 뱅어포, 간, 염통, 콩팥 등으로 구이를 만든다.
▶ 가리구이
쇠가리를 토막내어 칼로 안팎을 다져서 연하게 하여 간장 양념장에 배를 갈아서 함께 넣어 재웠다가 굽는다.
▶ 너비아니
소의 안심이나 등심을 얇게 저며서 칼로 자근자근 두들겨서 갖은 양념을 하여 굽는다.
▶ 포구이
쇠고기 포감을 양념하여 반쯤 말리다가 참기름을 바르고 구워서 잣가루나 깨소금을 뿌린다. 편포구이는 다진 쇠고기를 양념하여 타원형의 공처럼 둥글게 빚어서 채반에 널어 말리다가 적당히 마르면 1cm 두께로 썰어서 참기름을 발라서 더울 때 초장을 곁들여 낸다.
▶ 닭산적(전체수)
닭을 내장을 빼고 배를 갈라서 온 채로 넓게 벌려서 양념장을 발라서 석쇠에 구어서 잣가루를 뿌린다. 전체수는 여름에는 닭으로 겨울에는 꿩으로 만들어 위에 각색전을 웃기로 얹어 큰상이나 제상에 놓는다.
▶ 생치구이
꿩의 가슴살을 얇게 저며서 소금과 양념을 넣고 고루 주물러서 석쇠에 구어서 잣가루를 뿌린다.
▶ 대합 구이
대합 살을 발라 다져서 쇠고기, 두부를 합하여 양념하여 껍질에 채워서 밀가루와 계란을 입혀서 석쇠에 굽거나 번철에 지진다.
▶ 더덕구이
더덕을 껍질을 벗기고 방망이로 두들겨서 양념장에 재웠다가 석쇠에 굽는다. 또 다른 법은 더덕을 날로 두들겨서 기름과 간장을 합한 유장에 재워서 일단 구운 후에, 다시 고추장 양념장을 발라서 다시 굽는다.
▶ 어산적
민어나 흰살 생선 살을 4-5cm 썰고, 쇠고기는 생선과 같은 크기로 썰어 양념하여 꼬치에 번갈아 꿰어서 칼로 두드려서 굽는다.
▶ 송이 산적
송이를 막대 모양으로 썰고, 쇠고기도 갸름하게 썰어 양념하여 꼬치에 번갈아 꿰어서 굽는다.
▶ 화양적
쇠고기, 생도라지, 당근, 표고 등을 각각 양념하여 볶아서 꼬치에 번갈아 꿴다.
▶ 잡누름적
쇠고기, 양, 전복, 해삼, 송이, 움파 등을 막대 모양으로 썰어 양념하여 볶고, 등골전을 부쳐서 고루 꼬치에 꿴다.
▶ 섭산적
다진 쇠고기와 두부를 합하여 납작하게 반대기를 만들어 한지에 얹어서 물을 발라 가면서 구워서 식은 후에 작게 썰어 잣가루를 뿌린다. 생선 살을 으깨어 함께 섞어 만드는 법도 있다. 섭산적을 다시 간장 물에 설탕, 후추가루를 넣고 조린 것을 장산적이라고 한다.
▶ 김치적
겨울철에 만드는 지짐 누름적으로 배추김치와 움파, 쇠고기, 표고, 느타리 등을 꼬치에 번갈아 꿰어 밀가루, 계란을 입혀서 지진다.
(10) 회(膾)
회는 육류, 어패류를 날로 또는 익혀서 초간장, 초고추장, 겨자집, 소금기름 등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육회
쇠고기 우둔 살을 가늘게 채 썰어 간장과 갖은 양념으로 무쳐서 잣가루를 뿌린다.
▶ 각색회
소의 내장인 염통, 콩팥, 양, 처녑 등을 각각 손질하여 가늘게 채로 썰어 양념장이나 소금 기름으로 무쳐서 어울려 담고 잣가루를 뿌린다.
▶ 갑회
양, 천녑, 간 등을 얇게 저며서 잣을 하나씩 가운데 두고 말아서 소금, 참기름, 후추가루를 섞은 기름장을 찍어 먹는다.
▶ 미나리강회
미나리나 실파를 끓는 물에 데쳐 내어 족두리처럼 만들어서 가운데 편육, 알지단, 통고추, 실백 등을 박는다. 초고추장이나 겨자장을 곁들인다.
▶ 생선회
어류 회는 도미, 민어, 숭어, 잉어 등을 살만 떠서 얇게 저며서 상추 잎을 깔고 담는다. 패류로 생복, 대합, 굴 등도 날로 회를 한다. 초고추장, 초장, 겨자장을 곁들인다.
▶ 어채
어패류를 끓는 물에 살짝 익힌 숙회이다. 홍합, 대하는 껍질채 삶아서 살을 떼어 낸다. 흰 살 생선은 생선 조각을 녹말가루를 입혀서 끓는 물에 데쳐 내고, 녹말 묻혀 데친 감국잎, 고추, 석이, 표고 등과 계란 지단을 곁들여 담는다.
(11) 장과
원래 장아찌는 채소가 많은 철에 간장, 고추장, 된장 등에 넣어 오래 저장하여 만드는 찬품으로 장과(醬瓜)라고도 한다. 그러나 궁중에서의 장과는 간장으로 조리거나 볶은 찬에 장과를 붙인 것이 많다. 장과 중에 장류에 오래 담그는 것이 아니고 갑자기 만들었다고 해서 갑장과 또는 익힌 장아찌로 숙장과라고 하는 것도 있다. 오이, 무, 배추속대, 미나리 등을 썰어 절여 물기를 뺀 다음 볶아서 숙장과을 만든다.
▶ 마늘 장과
햇 마늘이 나오는 4,5월에 마늘을 꼭지를 따고 식초 물에 보름쯤 삭혔다가 간장을 부어서 한 달쯤 두면 맛이 든다.
▶ 무갑장과
무를 막대 모양으로 썰어 간장에 절여서 물기를 빼고, 양념한 쇠고기, 표고와 함께 볶다가 절인 간장 물을 조려서 한데 익힌다.
(12) 편육
편육에 맞는 육류는 소의 양지머리, 사태, 업진살과 , 우설, 우랑, 우신, 유통, 쇠머리 등의 부위이고, 돼지고기는 삼겹살, 어깨살, 머리부위가 적당하다. 쇠고기 편육은 초간장이나 겨자장이 맛이 어울리고, 돼지고기 편육은 새우젓과 함께 배추김치에 싸서 먹으면 맛이 잘 어울린다.
(13) 족편(足片)
족편은 육류의 질긴 부위인 쇠족과 쇠머리, 사태, 힘줄, 껍질 등을 물을 부어 오래 끓여서 젤라틴 성분이 녹아서 묵처럼 된다. 이것을 네모진 그릇에 부어서 굳힌 다음 얇게 썰어서 양념장을 찍어 먹는다.
▶ 용봉족편
쇠족과 꿩을 한데 푹 고아서 뼈를 골라내고 건지는 곱게 다져서 소금, 후추가루, 마늘, 파 등으로 양념하여 넓은 그릇에 퍼서 식히고 계란지단, 실고추, 잣 등을 고명으로 얹어서 굳힌다.
▶ 족장과
족편과 마찬가지로 육류를 푹 무르게 고아서 간장으로 양념한 것으로 색이 검다.
(14) 튀각, 부각, 자반
부각은 감자, 고추, 깻잎, 김, 가죽나무잎 등을 많이 쓴다. 자반은 김이나 미역을 양념장을 발라서 말려서 두었다가 석쇠에 굽거나 기름에 튀겨서 찬으로 한다.
▶ 미역 자반
깨끗한 미역을 마른행주로 티나 모래 없이 하여 잘게 썰어서 기름에 튀겨 내어 설탕과 잣가루를 뿌린다.
▶ 매듭 자반
다시마를 띠 모양으로 썰어 매듭을 지어 사이에 잣과 통후추를 한 알씩 넣어 기름에 튀겨 내어 설탕과 잣가루를 뿌린다.
(15) 포(脯)
육포는 주로 쇠고기를 간장으로 조미하여 말리고, 어포는 생선을 통째로 말리거나 살만 떠서 대개 소금으로 간을 하여 말리나 북어포는 간을 하지 않고 말린다. 다진 고기를 양념하여 대추 모양으로 빚어 말린 것은 대추포라 하고, 동글납작하게 빚어 잣 일곱 개를 박아 말리면 칠보편포라고 한다. 포쌈은 잣을 넣고 싸서 반달 모양으로 하여 말린 것이다. 육포는 찬과 술안주로 쓰이고, 경사나 제사 때에 마른 어물들과 함께 고인다.
▶ 약포
쇠고기를 우둔 살을 넓게 떠서 간장, 설탕, 후추가루를 합한 양념장에 재웠다가 채반에 널어서 말린다. 겉면이 마르기 시작하면 가끔 뒤집으면서 말린다.
▶ 장포
간장으로 간을 하여 말린 육포를 장포라고도 한다. 다른 방법의 장포의 또 다른 한가지 법은 쇠고기를 도톰하게 저민 것을 두들겨서 살짝 구워 다시 도마에 넣고 두들긴다. 이를 파, 마늘, 생강을 넣은 간장 양념장을 바르고 구워서 다시 두들기고 다시 양념장 발라 굽기를 서너 번 반복한다. 양념이 많이 들어가므로 오래 두고 쓰지 못한다.
▶ 편포
쇠고기를 곱게 다져서 양념하여 타원형의 커다란 공 모양으로 빚어서 참기름을 바르고 자주 뒤집으면서 말린다. 속까지 말리기는 어려우니 적당히 말랐을 때 0, 5-1cm 두께로 썰어서 참기름을 바르고 구워서 찬물과 안주로 쓴다.
▶ 생치포
꿩의 가슴살을 얇게 저며서 간장, 설탕, 후추가루를 합한 양념장에 재웠다가 채반에 펴서 말린다. 가끔 뒤집으면서 고루 말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