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스크랩] 상주 이안면에 소재했던 석가산폭포기(石假山瀑?記)

장안봉(微山) 2015. 2. 27. 06:43

                                                                        석가산폭포기(石假山瀑㳍記)

                                                                                                                                                                    나재 채수

淸虛子平生酷愛山水。凡東國之名山。如三角,金剛,智異,八公,伽倻,琵瑟,黃岳,俗離之類。皆登絶頂。樂其出坌埃。覽八極。知天地之高深廣大。又樂其奇巖怪石。迥拔萬仞。間以松檜。雲霞晻映。晴川白石。幽澗深林。皆足以澡雪塵慮。增長志氣。若遇遊方之士及仙釋者流。談說山水則淸虛子甚樂。相與質論。口津津不已。世人皆笑其癖。及年老脚軟。不善行步。則無如之何。不得已爲臥遊之計。乃聚古今名流所畫山水。掛壁見之。雖少慰遊賞之志。而亦但取其筆力之精健。景物之依俙而已。亦難見生動逼眞之狀。心常恨之。終南別墅。有泉出於南。墻外石縫。甘香冷洌。乃於廳事前。鑿池儲流。種以芙蕖。取怪石作假山於其中。種松杉黃楊老而矮小者。又測泉之出石縫處。高於地面三尺許。引水由地中潛流。到池東邊。截竹而屈曲之。埋於地下。水入筒中。而激上於假山之上。流爲瀑布凡二級。落於池水。旣不知泉之在墻外。又不知水由池下筒中而來。忽見淸流湧出於假山之上。皆驚怪不測。疑其水直從假山而出也。古今愛山而石假者多矣。雖或作瀑布。而例皆高其山後地面。引水出於山前而爲瀑布。此則四面環以池水。而瀑水淸澈。異於池水之渾濁。上出山頂而爲瀑布。殊爲奇絶。想古亦無此也。喩大於小。圖難於易。此池周僅數丈。深僅數尺。山高五尺。周七尺。瀑流二尺餘。林木四五寸。而髣髴乎峯巒崷崒。洞壑窈窕。飛瀑爭流。藏溟渤於數丈之地。縮蓬瀛於數尺之石。雖鄭虔,王維專精極巧。不能狀其萬一矣。嗚呼。孰爲眞。孰爲假。畢竟天地皆假合。人身四大皆假合。則何必論其細大眞假也。只取吾之所好而已。何況凡物或適於口。而不適於目。適於目。而不適於耳。此泉旣甘冷。吾家及隣。朝夕皆資焉。則可謂適於口矣。流於怪石松檜之間。直落數尺。炯如一條界破靑嶂。日夕相對而無厭。則可謂適於目矣。靜夜不寐。高枕而聽之。瑲瑲琅琅。如箜竺之聲則可謂適於耳矣。淸虛子家寒官冷。無珠翠粉戴之色可以悅目。無膏粱甘脆之味可以悅口。無管絃絲竹之聲可以悅耳。只賴此一泉。適三者之樂。眞淡而有味。世之豪士。皆笑吾之冷。而吾自樂之。亦不以此易彼。

                                          상주시

나는 본래 산수를 좋아하여 우리나라의 명산으로 삼각산, 금강산, 지리산, 팔공산, 가야산, 비슬산, 속리산 등의 정상에 모두 올라가 보았다. 그리고 그 높고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했으며, 거기서 본 하늘과 땅의 광대함을 알았고, 또 천 길 만 길 솟아 있는 기암괴석을 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자란 소나무, 잣나무들을 보았으며 구름이 둘러싼 사이로 맑은 시내와 깨끗한 바위들, 깊숙한 숲들이 속세의 잡념을 씻어 주고 가슴속에 품은 생각을 키워 준다는 것을 알았다. 때때로 산수를 찾아 노니는 사람이나 떠돌아다니는 승려들을 만나 자연의 신비함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나는 특히 좋아한다. 그리하여 가끔씩 그들과 토론을 하게 되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들어댄다. 세상 사람들은 나의 이 고집스러운 취미를 비웃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이가 많아 다리에 힘이 없어지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리하여 부득이 편하게 노닐 수 있는 방법으로, 고금에 이름난 화가들이 그린 산수화를 모아 벽에 걸어 놓고 감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비록 조금은 위로가 되지만 역시 화가들의 훌륭한 기법과 특이한 풍경 외에는 별로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곧, 벽에 걸린 그림으로는 진실에 가깝게 생동하는 경치의 맛은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늘 마음에 허전함을 느꼈다.

나에게는 종남산(終南山)에 별장이 하나 있다. 별장의 남쪽 담 밖의 돌 틈에서 물이 솟아올랐는데 물맛이 좋고 차가웠다. 나는 대청 앞에 못을 파서 그 물을 가둔 뒤에 연꽃을 심고 연못 가운데에 괴이하게 생긴 돌을 쌓아서 산 모양을 만들었다. 다시 그 돌 틈사이사이에 작은 소나무나 회양목 등을 왜소하게 생긴 놈만 골라 심었다. 그런데 담 밖에서 물이 솟아나는 곳은 평지보다 석 자가 더 높은 곳이어서 그 물을 대통으로 끌어다가 땅에 묻어 내가 만든 돌산 가운데로 솟아 나오게 하였다. 그러자 물이 폭포를 이루며 두 개의 계단을 흘러 내렸다. 사람들은 담장 밖에서 끌어들인 물인 줄도 모르고 물이 돌산 위에서 펑펑 솟아나는 것을 보며 그 놀랍고 신기함에 감탄하였다.

산을 좋아했던 옛사람 중에도 돌로 가짜 산을 만든 이가 많았고, 또 거기에 폭포를 끌어들인 이도 더러 있었지만 집의 뒤쪽이나 옆에 있는 높은 산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을 끌어들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나처럼 사면이 물로 둘러싸인 연못의 한가운데 돌로 만든 가짜 산을 만들고 물을 끌어들여 산 위에 폭포를 만든 사람은 없었다. 작지만 큰 산을 본떴고 남이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손쉽게 만들었다. 이 연못은 겨우 두어 장의 넓이이고 깊이도 두어 자밖에 안 되며, 산 높이는 다섯 자이고 둘레는 일곱 자, 폭포의 높이는 두 자인데 나무들의 크기는 네다섯 치쯤 되어 마치 높은 산을 축소한 것 같았다. 산골짜기는 그윽하고 폭포가 두어 장 되는 연못을 깊은 바다로 알고 떨어진다. 그리하여 이 축소된 자연의 경치는 아무리 산수화에 뛰어난 저 당나라의 정건(鄭虔)이나 왕유(王維) 같은 이도 다 그리지 못할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구분하지 못하겠다. 필경 천지와 사람이 모두 임시로 합친 것인데 무엇 때문에 진가(眞假)를 논하겠는가?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것만 취하면 그만인 것이다. 게다가 이 세상 만물은 입맛에는 맞지만 눈으로 보는 데는 맞지 않는 것이 있고, 보기는 좋은데 듣기는 싫은 것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나는 물은 차고 맛있기 때문에 우리 집안과 이웃들이 아침저녁으로 그것을 마시니 입맛에 맞다 고할 것이고, 괴이한 돌과 소나무, 잣나무 사이로 흘러서 두어 자의 절벽 밑으로 떨어지며 맑은 기운이 푸른 산봉우리에 비쳐 밤낮없이 바라보아도 싫증나지 않으니, 노는 데에도 즐거움을 준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고요한 밤, 잠이 오지 않을 때에 베개를 베고 누워 있으면 쏴아 하고 우렁차게 쏟아지는 폭포 소리가 마치 웅장한 관현악기 소리 같아서 귀를 즐겁게 한다.

나의 집은 가난하고 벼슬도 한미(寒微)하여 좋은 진주나 보배 및 아름다운 색깔 등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것도 없고, 기름진 음식으로 입맛을 즐겁게 하는 것도 없으며, 관현악 소리로써 귀를 즐겁게 하는 것도 없다. 그러나 다만 이 샘물로 말미암아 앞에서 열거한 세 가지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으니 진실로 담박(淡泊)하면서도 멋이 있다. 세상의 호걸들은 모두들 나의 이 취미를 비웃지만 나는 이것을 좋아하여 이것으로써 저들이 좋아하는 것과 바꾸지 않겠다.

출처 : 이택용의 e야기 - 晩濃
글쓴이 : 李澤容(이택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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