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벽에 이름 모를 씨앗이 떨어져 싹이 돋았습니다.
흙벽 예찬
벽과 만난다.
벽이 문은 아니다.
벽을 문으로 생각하고 산 적이 부지기수다.
그리하여 한 동안
내면의 세계로 들어 갈라야 갈 수가 없었다.
벽은 집의 모양을 만든다. 벽은 분위기 메이커이다.
벽이 있어 집은 아늑하다. 벽이 있어 집은 따듯하다.
벽이 있어 집은 시원하다. 벽이 있어 집은 편리하다.
벽은 공간의 나눔이다. 그런데 벽은 공간의 구분이 될지언정 공간의 분리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벽을 통해 우리는 ‘구분’과 ‘분리’의 본질적 차이를 깨달을 수 있다.
벽은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고 방과 방을 구분하지만 결코 양자를 분리해서는 아니 된다. 양자를 분리한 벽은 죽은 벽이다. 살아 숨쉬는 벽이 아니다. 시멘트벽이 그러하고 조립식 철판 벽이 그러하고 각종 화학약품 처리된 벽이 그러하다.
벽은 호흡하는 벽이어야 한다.
생명에너지가 소통하는 벽이어야 한다.
벽에 씨앗이 떨어져도 싹이 나는 벽이어야 한다.
벽에 손바닥을 대었을 때 생명의 느낌이 전달되는 벽이어야 한다.
세상살이에 지쳐 벽에 기대었을 때, 어머니의 등과 같은 포근함과 편안함이 전달되는 벽이어야 한다.
과연 그러한 벽은 어떤 벽인가?
...............
그것은 흙벽이다.
흙은 생명의 어머니요,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흙벽으로 둘러싼 공간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품속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흙집은 편안한 안식처일 수밖에 없다.
흙집은 우주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좋은 기운으로 품어 주시는 생명의 둥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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