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주 낙동 청간정(聽澗亭)
소재지: 상주시 낙동면 운평리 154 지방문화재 문화재자료 제558호(2009.10.12)
상주에서 남천교를 지나 상선로를 따라 굴티를 넘어서는데, 이 주째 계속되는 폭염은 정말로 대단합니다. 여기서 부터 낙동면 운평리이다. 내리막길을 다 내려가서 면사무소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여 조금 더 진행하면 운곡(雲谷)마을(갈가실)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북으로 들어가면 뒤쪽으로 높다랗게 국사봉이 보이고, 아침마다 마을 양편으로 흐르는 개울 골짜기에 안개가 자욱하다 하여, 또는 서운(瑞雲)이 감돈다고 하여 운곡 이라 했고, 이 마을 뒷산에 칡이 무성하다 하여 갈가실 이라고도 불렀다 한다.
안길 오른편으로는 고가옥(古家屋)과 돌담장이 눈에 들어오는데,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아주 조용한 마을이다. 곧장 나지막한 경사면을 나의 애마가 힘차게 오르니, 고와가(古瓦家) 한 채를 만나는데 이곳이 청간정(聽澗亭)이네요. 안내문에는 「가곡(柯谷) 조예(趙秇1608~1661)가 1650년경 건축한 건물이다. 조예의 아들인 죽파(竹坡) 조원윤(趙元胤1633~1688)과 용슬헌(容膝軒) 조진윤(趙振胤1635~1709)형제는 미수(眉叟) 허목(許穆)의 제자로서 미수로부터 청간정의 현판을 받아 들보에 걸었다...」라 안내하고 있으며, 죽파(竹坡)는 상주객사의 이건(移建) 구기(舊基) 상량문(上樑文)을 찬(撰)하기도 하였답니다.
상산지에 「聽澗亭 在州南雲谷司勇趙秇所築(補)壇上杏樹雙翠庭前石泉 鳴司藝曹挺融題詩且有揭板 청간정 주남 운곡에 사용 조예가 세웠으니, 단상에 은행이 쌍취하고, 정전에 석천이 장명하며, 사예 조정융이 시를 쓰고, 현판을 걸었다」라 적고 있다.
이 亭은 남향으로 갑장산을 바라보고 있지요, 바로 앞에는 국사봉 계곡에서 사시사철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와 아주 어울리는데요, 따라서 강계연변형(江溪沿邊形)이지요. 기와를 얹은 토석담장을 두르고, 전면 3칸, 측면 1.5칸의 팔작 기와지붕입니다. 정면에 맞배 기와지붕의 사주문(四柱門)으로 대문을 배치했지요, 건물은 반중층 누각형식으로 경사진 면을 적절히 이용을 한 것 같아 보입니다. 왼쪽은 전체가 대청마루이고, 오른쪽 2칸은 방인데, 방 앞에는 툇마루를 놓았으며 계자난간을 둘렀지요. 아래층에는 온돌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아궁이를 설치하였으며, 가운데 기둥 2개는 사각기둥이고, 양가에는 원기둥을 세웠네요. 우물마루를 놓은 대청은 서북쪽에 판벽으로 설치를 했는데, 칸마다 쌍여닫이문을 달아 아주 맛깔스럽고 운치가 있어서 좋아요. 대청마루와 툇마루, 방으로는 오르기 쉽도록 디딤돌을 놓았습니다. 아궁이 앞마당에는 널따란 큰 자연석이 박혀 있는데, 앉아 쉬기도 편할 것 같아요.
이 亭은 풍양조씨 호군공파 검간공 자손들의 학문의 장소이고, 영남유림의 선비들이 모여 시회를 열던 장소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청간정에는 오른쪽 방위에는 청간정(廳澗亭)이, 대청마루 위에는 익암서당(益巖書堂)의 편액이 안쪽을 지키고, 건물 정면에는 「조씨가숙(趙氏家塾)」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문외한이 읽기에는 너무 벅찬 글이네요. 청간정과 익암서당의 편액은 미수(眉叟)의 친필이라 전하여지고 있다. 이 亭은 17세기 후반에 세워졌고, 19세기 후반에 중수된 것으로 조선 중기 정자건물의 특성을 갖추고 있으며, 건립당시의 규모와 구성형식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어서 조선시대 정자건축 연구의 자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대청마루 벽에 걸린 ‘제청간정(題聽澗亭)’을 올려보면 聽澗亭中聽澗聲 청간정에서 개울물 소리 들으니 襟靈瀟洒十分淸 가슴이 시원히 씻겨 맑기만 하네. 窓欞几格無塵色 창살이며 책상에는 티끌 한 점 없고 巖壑林巒不俗淸 바위 계곡 우거진 산 속정이 아닐세. 興至輒成詩一首 흥 일면 문득 시 한 수 짓고 客來常供酒三行 손 오면 늘 삼 배 술 나눈다네. 娛心瀉玉玲瓏響 즐거운 마음 구슬같이 영롱히 읊는 소린 絶勝佳人錦瑟鳴 가인의 가야금 소리보다 한결 낫다네. 己酉 初秋 湖翁 이다. 호옹(湖翁)은 조정융(曺挺融)으로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창녕(昌寧). 자는 유첨(維瞻), 호는 호옹(湖翁)이고, 아버지는 우인(友仁)이시다.
청간정의 왼쪽 단위에는 500여년 된 두 그루의 은행나무(상주시 보호수: 1982.10.26지정)가 있어 정자의 멋을 살리고 있지요. 또한 이 마을 뒤쪽에서 발견된 ‘구상화강암’은 천연기념물로 보호를 받고 있으며, 한 가운데 자리한 ‘의암고택’ 역시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어 마을 한 바퀴를 돌아보면 많은 것을 느낄 수가 있어 좋은 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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