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동년일시조사계회도(蓮榜同年一時曹司契會圖)는 1531년(중종 26) 실시한 과거에 급제한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를 비롯한 7인이 1542년(중종 37) 즈음에 다시 모여 그린 것이다. 이 그림 역시 조선시대 계회도의 일반적인 양식에 따라 상단에 전서(篆書)로 쓴 계회명칭, 중단의 계회장면, 하단의 참가자 성명 · 자와 호 · 본관 그리고 관직 등을 기록한 좌목(座目)과 그 좌우에 묵죽과 묵매가 있다. 종이에 그려진 이 그림의 화면 상단 여백에 김인후의 초서로 쓴 제시가 있다.
햇빛 화사한 날, 너른 수면이 굽어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 선비들이 모임을 갖는다. 비록 인물은 작게 등장하나 우리의 복식이 분명하며 단순한 기록화가 아닌 감상화로서도 훌륭한 산수화이다. 주묵(朱墨)으로 구획된 화면은 정사각형에 가깝다. 오른쪽 하단에는 만남의 장소가, 중심부의 빈 공간에는 너른 수면이, 그 뒤로는 중경과 후경이 펼쳐진 짜임새 있는 구도이다. 화면구성이나 구성의 묘, 세련된 필치 등에서 상당한 기량이 감지되어 기량 있는 화원의 그림으로 짐작된다. 김인후의 초서로 쓴 제시(題詩)는 아래와 같다.
당시 과거에 함께 급제한 선비들 衿珮當時一榜歡
십년 동안 과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科名先後十年間
조정 신하로 요로를 같이해 새로운 계는 아니나 朝端共路非新契
도성 아래 부서가 나뉘어 각기 반열이네 都下分司各末班
가는 곳마다 진면목 펴지 못해 隨處未開眞面目
한가함을 틈타 좋은 강산으로 향하네 偸閒須向好江山
서로 따라 잠시 세속 굴레 벗어나니 相從乍脫塵銜束
술잔 앞에 두고 우스개 소리 막지 마소 莫使尊前笑語闌.
그림 속 너른 언덕위에 그려진 인물은 모두 아홉 사람이다. 술시중을 드는 두 사람을 제외한 7명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넷, 셋으로 마주보고 앉아 있다. 아래의 좌목이 이들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나이순으로 정리하면 민기(閔箕, 1504∼1568), 남응운(南應雲, 1509∼1587), 이택(李澤, 1509∼1573), 이추(李樞, 생몰년미상), 김인후( 金仁厚, 1510∼1560), 윤옥(尹玉, 1511∼1584)이다. 그리고 한 사람은 박락으로 인해 정확하게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이 그림은 당초 인원수대로 7점이 그려졌던 것으로 여겨지지만 현재는 김인후의 시가 적힌 이 그림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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