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온 세상을 다스리는 제왕에게는 천지(天地)가 절대자이고,
한 지역을 다스리는 제후에게는 산천(山川)이 절대자이며,
그렇지 않은 사인(私人)에게 있어서의 절대자는 조상(祖上)이라는 데에 연유한다.
인간이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까닭은 효(孝)를 계속하기 위함이며,
제의례를 근본에 보답하는 의례라는 뜻으로 보본의식(報本儀式)이라 한다.
인간의 온갖 행실(行實) 중에서도 가장 근원(根源)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모심을 극진히 한다.
이렇게 “살아 계신 조상은 극진히 받들면서, 그 조상이 돌아가셨다고 잊어 버리고 박하게 한다면 심히 옳지 못한 일이다.”라고
事死如事生
진실로 자기 존재를 고맙게 여기는 사람은 ‘돌아가신 조상 섬기기를 살아 계신 조상 모시듯(事死如事生)’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죽은 조상을 섬기는 제의례를 일러 ‘효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한다.
제사(祭祀)의 의미
제사는 형식을 통해서 지내야 하겠지만, 형식보다는 추모(追慕)의 정(情)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이 제사를 안 지낸다고 하지만, 추모예배는 제사를 지내는 것과 정신면에서는 동일하다.
만물의 영장이요, 이성(理性)을 가진 사람이 아버지, 어머니(=조상)가 돌아가신 날(기일-忌日)도 기억하지 않고 지낸다면,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 유가(儒家)의 제의(祭儀-제례 행사)와 기독교인의 추모예배(追慕禮拜)는 형식은 다르지만 뜻은 같은 것이다. 조상 제사도 안 지내는 예수쟁이라고 흉보면 안 된다. 추모예배(追慕禮拜)도 없이 조부모의 기일을 잊고 산다면 비난받아야 할 것이다. 나는 기독교인은 아니다.
안동에 사는 어떤 촌로(村老)가 제사를 지낼 때 밥그릇(메밥)을 달아 보는데, 제사를 지내고 무게가 줄었으면 “흠향을 하셨으므로 오늘 제사는 잘 지냈다.”라고 하는 분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더운밥이 식으면 무게가 조금이라도 줄지, 그대로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제사를 모시는 우리나라 사람의 대다수는 차려 놓은 음식을 조상이 흠향(차려놓은 음식을 신이 잡숫는다는 뜻)하신다고 믿는다. 그래서 정성껏 술과 음식을 준비한다. 지금은 떡이나 술을 시장에서 사다가 쓰는 가정이 많지만, 전에는 제사에 쓰기 위해서 미리 술을 담그고, 집에서 떡을 했다. 과일과 포(脯)도 상품(上品)을 사다가 제사상에 올렸다.
정성들여 차린 음식은 제사를 지낸 사람들이 음복(飮福)으로 나누어 먹고, 남은 음식은 가족이 먹는다.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고 음복을 하고 대화를 하는 것은 가족의 돈목(敦睦)에 도움이 된다. 조상의 기일(忌日)을 기억하는 것이 제사의 근본정신이지만, 가족의 정(情)과 유대를 돈독하게 하는 기회가 된다는 데 제사의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조상들이 오셔서 음식을 흠향하시는 것은 아니다. 흠향하신다고 믿고 음식을 차리지만 그 음식이 가족의 화합과 유대강화에 필요한 음식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먹는 있어야 분위기가 즐겁다.
기독교인들도 말로만 추도할 것이 아니고 음식을 차려놓고 추모예배를 보는 것이 좋다. 유가(儒家)의 제사음식이나, 기독교인 차린 음식이나 조상이 잡숫는 것은 아니고, 산 사람들에게 필요한 음식이다.
기독교인들은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으면서, 제사음식을 께름하게 여기고 기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사음식은 가장 깨끗이, 정성들여 장만한 음식인데, 귀신 냄새라도 배어 있다는 말인가? 이것은 마음의 문제이다. 그냥 음식일 따름이다. 조상도 귀신도 음식을 건드리지 않는다.
제사에 조상의 신이 오신다고 믿는 것은 좋다. 그런데 신은 음부(陰府)에서 오므로 밥상도 우반좌갱(右飯左羹)으로 차린다. 산 사람은 국그릇을 오른쪽에 놓고, 밥그릇을 왼쪽에 놓는데, 제사상은 산 사람과 반대로 차린다. 누가, 언제 그런 법을 만들었는지 몰라도 조상을 모셔서 음식을 올리는 정신에 어긋난다. 예출어정(禮出於情)이라고 한다. 예(禮)라는 것은 인정(人情)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저승에서 온 귀신은 국그릇을 왼쪽에 놓고, 밥그릇은 오른쪽에 놓고 식사하는 것을 누가 보았는가? 내 아버지, 어머니 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신다고 믿어도 귀신이 온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래서 어떤 가정에서는 지방(신주)대신에 사진을 놓고 제사를 지낸다. 밥상도 살아 있는 우리가 먹는 방식대로 차리는 것이 인정(人情)이다.
사람은 한번 죽으면 끝이다. 제사상을 아무리 잘 차려도 소용없다. 살아 계실 때 생선 한 토막이라도 밥상에 올리는 데 힘써야 한다. 산소에 좋은 돌로 장식을 해도 돌아가신 부모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공연히 산 사람 기준으로 부질없는 생각과 행동을 할 따름이다. 묘소를 석물로 장식해도 망자는 좋을 수도, 행복할 수도 없다. 자손들이 스스로 만족하고 효자인 양 타인에게 과시하는 것이다. 조상의 이름으로 자기(자손)가 행세하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사상에는 부모가 돌아가셔도 효도가 계속된다고 믿었다. 묘소를 잘 다듬고, 제사를 잘 지내는 것이 계속되는 효(孝)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금수강산(錦繡江山)이 묘지강산이 된다고 나온 새로운 분묘제도로 납골당이 있는 모양이다. 분묘(墳墓)는 세월이 흐르면 없어질 수 있는 데, 돌과 콘크리트로 지은 납골당은 쉽사리 없어지지도 않고, 여기저기에 흉물로 남을 것이다. 종래의 묘지제도만 못하다. 묘소에 작은 표지석(標識石)만 세우고, 여기에 이름과 매장 날짜를 쓰고, 100년(?)이 지나면 없애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중국인들도 부모(조상)가 죽어서도 저승 생활이 있다고 믿고, 묘소 옆에 간단한 집도 짓고 세간을 비치하는 것을 보았다.
중국을 개혁 개방하여 막강한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위대한 정치가 등소평(鄧小平)은 화장을 하여 재를 바다에 뿌렸다. 중국인들에게 모범을 보인 것이다. 미라를 만들어서 호화로운 궁전에 안치(安置)하고 절 받고 있는 김일성과 대조적이다.
죽어서도 행복하려고 욕심내는 사람들은 앞선 등소평(鄧小平)의 정신을 배워야 할 것이다.
등소평(鄧小平)은 2남 3녀를 두었는데 장남은 불구자로 자녀가 없고, 딸들은 딸 하나씩이고, 막내아들은 아들을 하나 두었다. 자녀들이 있으니 기일(忌日)을 잊고 지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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